'폭염에 극심한 무력감 느껴'…'기후 불안' 어떻게 극복할까

안경을 쓰고 어깨 길이의 연한 갈색 머리를 한 젊은 여성의 머리부터 어깨까지를 담은 샷이다. 그는 분홍색 줄무늬 상의를 입고 있으며, 주변은 시골 풍경으로 둘러싸여 있다.

사진 출처, Tavia Watts

사진 설명, 두 아이의 엄마인 타비아 와츠(36)는 이 더위 때문에 "말 그대로 세상이 끝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 기자, 아시타 나게시
    • 기자, 선임 기자
    • 기자, 조지나 라나드
    • 기자, 기후 전문 기자
  • 게재 시간
  • 읽는 시간: 4 분

영국에서 역대 가장 더웠던 6월 폭염이 절정에 달했을 때, 두 살과 다섯 살 아이를 키우는 태비아 와츠(36)의 가장 큰 걱정은 아이들이 자는 방이었다. 실내 온도가 30도를 넘는 날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BBC에 "폭염이 닥치면 항상 극심한 불안감을 느끼고 아무 일도 할 수 없게 된다"며 "남편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동안 방을 나와 울면서 마음을 가라앉힌 적도 있다. 방이 너무 덥고 아이들이 걱정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엄청난 무력감"을 느낀 와츠는 자신의 불안을 털어놓은 짧은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예상과 달리 이 영상은 '좋아요' 1만8000개 이상, 공유 1700여 회를 기록하며 큰 공감을 얻었다.

영국 첼트넘에 사는 전업주부인 그는 영상에서 "폭염 때문에 세상이 정말 끝날 것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의 삶이 걱정된다"라며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에게 소리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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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층·여성이 특히 불안감 느껴

와츠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영국 바스대학교가 2022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영국인의 약 4.6%가 기후 불안(climate anxiety) 을 겪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와 전문 기관들이 정신적 고통의 한 형태로 인정하는 증상이다. 2025년 발표된 연구에서는 특히 젊은 층과 여성이 위험성이 높은 집단으로 꼽혔다.

바스대의 심리학자 캐럴라인 힉먼 박사와 옥스퍼드대의 에마 로런스 박사는 특히 폭염과 관련한 "예기 불안(anticipatory anxiety)"이 점점 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후 불안을 겪는 사람들을 상담하는 힉먼 박사는 "홍수나 폭염 같은 충격적인 일을 겪고 나면 사람들은 다음 재난을 계속 예상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에서는 이제 폭염이 반복해서 찾아오고 있다"며 "이는 '세상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고 믿을 수도 없다'는 감정을 불러일으킨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6월 폭염 기간 상담을 받은 사람들 가운데는 "죽고 싶다", "임신을 중단하겠다", "집을 팔고 더 시원한 곳으로 이사 가고 싶다"고 말한 이들도 있었다고 그는 전했다.

와츠는 자신의 영상에 상담사들까지 댓글로 대처법을 공유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다"며, 그 역시 기후 불안을 겪는 다른 사람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두 가지 길이 있다"며 "'이제 끝이다. 무슨 소용이냐'며 체념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니면 뭔가 다른 것을 시도해볼 수 있다. 나는 폭염 기간 기후 관련 청원에 서명하고, 지역 기후행사를 열고, 무료 어린이 의류 나눔 행사를 운영했다. 지난 폭염 때는 결국 채식주의자가 됐다. 그래야만 나중에 아이들에게 적어도 '나는 노력했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가 정말 두렵다'

런던 서부에 사는 리지 엘런(38)은 학교에서 처음 기후변화를 배웠을 때는 "공포스러웠"지만, "아직 먼 미래의 일"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이어진 폭염 이후에는 날씨 관련 기사를 "강박적으로" 찾아보고, 스마트폰 날씨 앱을 수시로 확인하게 됐다고 했다.

몇 달 전 첫 아이를 출산한 그는 BBC에 아기를 시원하게 해줄 방법을 궁리하다보니 걱정되고 뭔가 고립된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아이를 갖게 된 후 기온을 늘 확인하는 건 물론, 더 자주 실내에 머무르게 됐다...일종의 고립처럼 느껴졌다."

그는 "더 무서운 건 미래"라며 "6월의 폭염이 아이가 살아갈 세상에서는 일상이 되고...어두운 실내에 늘 머물게 될 거라고 생각하면 정말 암담하다"고 말했다.

식당 테이블에 앉아 있는 젊은 여성의 사진이다. 그녀는 금발 머리를 뒤로 묶고 꽃무늬 블라우스를 입고 있다. 그녀 앞에는 선데이 아이스크림 디저트가 놓여 있다.

사진 출처, Lizzie Ellen

사진 설명, 38세의 리지 엘렌은 폭염에 관한 기사를 "집요할" 정도로 읽고 있으며, 날씨 앱을 끊임없이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후 변화에 대한 우려 때문에 삶의 방식을 바꾼 사람도 있다.

생태학자인 프랜시스 윈드럼 박사는 더 서늘한 기후를 찾아 런던 인근 애스콧에서 잉글랜드 북서부 랭커스터로 이사했다.

그는 예방 차원에서 이동식 에어컨도 구입했으며, 더 남쪽인 하트퍼드셔에 사는 부모와 조부모를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35도 이상의 폭염을 견디도록 설계되지 않은 집에서, 체온 조절이 어려운 고령자들이 에어컨 설치 비용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갈색의 짧은 머리에 수염을 기른 젊은 남자의 얼굴 클로즈업 사진이다. 그는 빨간색 점퍼 안에 체크무늬 셔츠를 입고 있으며, 카메라를 향해 활짝 웃고 있다.

사진 출처, Francis Windram

사진 설명, 프랜시스 윈드램은 특히 더 서늘한 기후를 찾아 런던 근교의 애스콧에서 잉글랜드 북서부의 랭커스터로 이사했다

에마 로런스 박사는 기후 불안을 줄이기 위해 다음과 같은 방법을 권했다.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기: 로런스 박사는 "사람들이 기후변화를 얼마나 심각하게 우려하는지와, 다른 사람들도 이 문제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믿는지 사이에는 종종 큰 인식의 격차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자신만 기후변화를 걱정하는 소수라고, 심지어는 혼자라고 잘못 생각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자신에게 너그러워질 여유를 갖고, 그런 감정을 잘 돌보며, 그 감정이 세상을 아끼고 걱정하는 마음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기억하라"고 덧붙였다.

공동체와 함께 행동하기: 로런스 박사는 같은 문제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과 탄탄한 사회적 관계망을 만들고, 함께 긍정적인 행동에 나설 것을 권했다.

학교에 정원을 가꾸거나 직장 건물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등 어떤 행동이든, 불안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하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불안 증상을 완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로런스 박사는 추가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영국의 '기후심리동맹(Climate Psychology Alliance)' 을 비롯해 '레질리언스 프로젝트(Resilience Project)', '기후돌봄센터(Climate Cares Centre)', '기후다수프로젝트(Climate Majority Project)' 등을 소개했다.

몸을 시원하게 유지하기: 로런스 박사는 신체 건강은 정신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며, 더위는 불안감과 기분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폭염이 이어질 때는 몸을 시원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시원한 물로 샤워를 하거나, 목에 찬 수건을 대고,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는 것 모두 신체적으로도 도움이 된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우리는 결코 무력하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