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5억원에 분양한다는 뉴욕 플랫아이언 아파트는 어떤 모습일까?

플랫아이언 빌딩의 상단부를 둘러싼 나무들과 함께, 정교한 보자르 양식의 세부 장식이 돋보이는 전경

사진 출처, Courtesy of The Flatiron Building

    • 기자, 그레이스 엘리자 굿윈
    • Reporting from, 뉴욕
  • 게재 시간
  • 읽는 시간: 6 분

독특한 삼각형 모양과 뾰족한 끝부분, 장식이 새겨진 기둥, 섬세한 외관 장식으로 유명한 플랫아이언 빌딩(Flatiron Building)은 100년 넘게 뉴욕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가운데 하나였다.

하지만 지난 7년 동안 플랫아이언은 외벽 전체를 비계(공사용 가설 구조물)로 둘러싼 채 대대적인 공사를 진행해왔고, 이 때문에 건물을 보기 위해 몰려오던 관광객들은 아름다운 보자르(Beaux-Arts) 양식의 외관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플랫아이언 빌딩은 내·외부를 모두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해, 구조가 불편했던 사무용 건물에서 초고급 주거용 아파트로 탈바꿈하고 있다. 분양가는 최고 5850만달러(약 855억원)에 이른다.

부동산 업체 맨해튼 마이애미 리얼에스테이트에 따르면 현재 뉴욕에서 공개 매물로 나왔거나 계약이 진행 중인 주택 가운데 이보다 비싼 곳은 21채뿐이다. 가장 비싼 매물은 센트럴파크 인근 1억2800만달러(약 1873억원)짜리 고급 아파트다.

이제 변신이 거의 마무리되면서 플랫아이언 빌딩은 가장 화려한 새로운 시대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120년 넘게 건축 기술의 상징이었던 이 건물은 리모델링 과정에서도 역사적 가치를 최대한 살렸지만, 동시에 뉴욕 초고가 주택 시장을 상징하는 건물로도 다시 태어나고 있다.

짙은 색 소재로 덮인 건물의 항공 사진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2023년에 촬영된 이 사진 속 플랫아이언 빌딩은 수년 동안 어두운 색의 비계로 뒤덮여 있었다

인근 지역에도 큰 변화

플랫아이언 빌딩의 부활은 건물이 처음 세워졌을 당시를 떠올리게 한다.

1902년 완공 당시 이 건물은 철골 구조를 적용한 뉴욕 초기 초고층 건물 가운데 하나로,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건축물이었다.

건축가 대니얼 번햄은 브로드웨이와 5번가가 만나는 삼각형 모양의 좁은 부지에 맞춰 건물을 설계했다. 그러나 당시 주민들은 너무 높고 너무 얇은 건물이라 바람에 쓰러질 것이라고 우려했고, 건물은 한때 '번햄의 어리석음(Burnham's Folly)'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플랫아이언 빌딩이 건설 중인 모습을 담은 역사적인 흑백 사진

사진 출처, Detroit Publishing Company/Interim Archives/Getty Images

사진 설명, 1902년 공사 중인 플랫아이언 빌딩

이후 수십 년 동안 관광객들은 건물 앞 작은 삼각형 공원에 모여 플랫아이언 빌딩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그러나 공사가 시작돼 건물을 비계가 감싼 데다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겹치면서 공원 방문객이 다소 줄었다는 게 '플랫아이언 노매드 파트너십' 제임스 멧햄 대표의 설명이다. 이 단체는 해당 공원 구역을 운영하는 비즈니스개선지구(BID)다.

하지만 비계가 하나둘 철거되면서 관광객도 다시 돌아오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멧햄 대표는 "사람들이 다시 건물 사진을 찍으러 오고 있다"며 "이어서 주변 상점에 방문하고 이 일대에서 판매하는 훌륭한 음식과 음료를 소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물이 원래의 영광을 완전히 되찾아 주변 지역 전체와 잘 어우러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라고 했다.

플랫아이언 빌딩은 원래 시카고의 건설회사 '풀러 컴퍼니' 본사로 지어졌다. 24층에 높이는 94m인 이 건물에는 이후 의류회사와 장난감 회사, 잡지사, 출판사 등 다양한 기업이 입주했다.

삼각형 모양의 플랫아이언 빌딩 앞에서 사진작가가 서 있는 모습을 담은 역사적인 흑백 사진

사진 출처, Corbis via Getty Images

사진 설명, 1902년 완공 당시 촬영된 플랫아이언 빌딩

100년이 넘는 역사 동안 이 건물은 언제나 사무용이었다.

마지막 입주사였던 맥밀런 출판사가 2019년 건물을 떠난 뒤, 플랫아이언 빌딩은 비계로 둘러싸인 채 수년간 소유권 분쟁 속에 비어 있었다.

현재 소유주인 브로드스키 오거니제이션·GFP 리얼에스테이트·소르젠테 그룹은 2023년 이 건물을 초고급 콘도로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뒤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갔다.

공사가 완료되면 건물에는 총 36가구가 들어선다. 오픈컨셉(벽을 최소화한 구조)으로 일부는 한 층을 절반씩 사용하는 구조이고, 일부는 한 층 전체를 사용하는 구조다. 분양가는 침실 3개짜리 유닛 기준 1100만달러(약 161억원)부터 시작하며, 발코니를 갖춘 침실 5개짜리 한 층 전체 유닛은 5850만달러에 계약이 진행 중이다.

사방이 창문으로 둘러싸인 넓은 삼각형 모양의 방에 현대적인 가구가 놓여 있다

사진 출처, Visualisation One

사진 설명, 20층 유닛이 완공된 후 모습을 미리 보여주는 가상 이미지

입주민을 위한 시설도 새롭게 마련된다. 지하에는 길이 18m 규모의 수영장을 비롯해 당구장, 피아노 라운지, 웰니스 센터 등이 들어선다.

건물 소유주들은 앞으로 몇 달 안에 첫 입주가 시작될 예정이며, 모든 공사는 내년 초에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초록색과 갈색 벽, 현대적인 가구, 그리고 커다란 창문이 있는 넓은 당구장 사진

사진 출처, Visualisation One

사진 설명, 신규 입주자들에게 제공될 여러 편의 시설 중 하나인 메자닌(중간층) 게임룸 가상 이미지
삼각형 모양의 아파트 거실 전경. 현대적인 가구, 높은 천장, 그리고 사방에 창문이 있다.

사진 출처, Grace Eliza Goodwin

사진 설명, 12층 북쪽에 위치한 모델하우스 사진으로, 삼각형 모양의 방에서 가장 좁은 부분의 너비는 약 1.8m다
모던한 가구와 주방이 어우러진 오픈형 아파트 거실

사진 출처, Adrian Gaut

사진 설명, 12층 북쪽 유닛의 반대편 모습으로, 오픈형 주방이 마련되어 있으며 직사각형 형태에 더 가깝다

삼각형 공간을 어떻게 살고 싶은 곳으로 만들었나?

뉴욕의 디자인 회사 '스튜디오 소필드'의 공동 창립자인 윌리엄 소필드는 플랫아이언 빌딩 내부를 새롭게 설계하는 작업을 맡으면서 가장 먼저 기존 사무실 구조를 어떻게 주거 공간으로 바꿀 것인지 고민해야 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난관은 건물 자체의 독특한 형태였다. 가장 좁은 부분의 폭이 1.8m에 불과한 삼각형 건물을 어떻게 수천만 달러짜리 고급 아파트로 바꿀 수 있을까.

하지만 개발업체는 오히려 그 삼각형 형태에 담긴 역사와 건축 기술, 그리고 색다름이 이 건물의 매력이라고 판단했다.

브로드스키 오거니제이션의 파트너 토머스 브로드스키는 BBC에 "뉴욕 시민들이 이 건물을 사랑하는 이유를 바꾸려 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평면 구조와 공간 비율, 창밖으로 보이는 전망 모두 건물의 원래 건축 양식에서 자연스럽게 나왔다"며 "일반적인 신축 건물처럼 처음부터 새로 설계한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플랫아이언 빌딩은 원래 고대 그리스 기둥을 연상시키도록 설계됐다. 석회암과 벽돌, 테라코타로 만든 외벽에는 사자 머리와 화환, 독수리, 사람 얼굴 등 정교한 장식이 새겨져 있다.

외관 복원을 주도한 건축회사 '베이어 블라인더 벨'은 캘리포니아의 전문 업체에 의뢰해 외벽의 테라코타 장식 수천 개를 원형 그대로 복원한 뒤 하나씩 손으로 다시 설치했다.

1000개가 넘는 창문도 모두 교체해야 했다. 이 창문들은 1970년대 설치됐기 때문에 너무 무겁고 열기 어려웠으며, 에너지 효율도 떨어졌다.

새 창문은 두꺼운 방음 유리를 사용해 주변 거리의 소음 대부분을 차단했다. 덕분에 뉴욕 도심 한복판에 있는 아파트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조용한 실내 환경을 갖추게 됐다.

큰 창문이 있는 주거 단지의 오픈형 주방과 현대적인 식탁 가구가 보이는 전경

사진 출처, Grace Eliza Goodwin

사진 설명, 사진에 보이는 12층 남측 모델하우스의 창문을 비롯해 건물의 모든 창문이 교체됐다

건물을 떠받치는 철골 구조는 실내에 일부러 드러냈다. 플랫아이언 빌딩을 당시 혁신적인 건축물로 만들었던 철골 구조를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서다. 12층 모델하우스에서는 철골 기둥 일부를 옷장 선반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큰 벽장 안에 있는 지그재그 철골 구조의 선반

사진 출처, Grace Eliza Goodwin

복도에 노출된 철골 기둥 구조물

사진 출처, Grace Eliza Goodwin

올여름이 끝나기 전에는 외벽을 가리고 있던 비계도 모두 철거될 예정이다.

멧햄 대표는 7년 만에 복원된 외관이 완전히 모습을 드러내고, 역사상 처음으로 야간 조명까지 켜지면 누구나 이 건물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건물 앞 작은 공원에 앉아 이렇게 말했다.

"이 건물이 세계적인 출판사의 사무실로 쓰이든, 수천만 달러짜리 초호화 아파트가 되든...우리가 이곳에서 함께 바라보는 이 외관은 모두의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그 일부인 셈이죠."

야간에 외부에서 바라본 플랫아이언 빌딩의 렌더링 이미지로, 건물 측면을 조명이 비추고 있다

사진 출처, Courtesy of The Flatiron Building

사진 설명, 비계가 모두 철거되고 건물 외관에 모든 조명이 켜졌을 때를 보여주는 가상 이미지

오래된 메뉴판과 숨겨진 발코니, 목재 회전문

플랫아이언 빌딩을 리모델링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하게 발견된 것들이 있었다.

철거 작업 중 시트락(석고보드의 일종)을 뜯어내던 작업자들은 20층 삼각형 끝부분에 숨겨져 있던 발코니의 흔적을 찾아냈다. 이는 한 층 위에 있는 발코니와 똑같은 구조였다.

'베이어 블라인더 벨'의 파트너 카를로스 카르도소는 "아무도 존재를 몰랐던 건물의 숨은 보석 같은 공간이었다"라고 말했다.

매디슨 스퀘어 파크의 나무와 브로드웨이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이 발코니는 이번 공사를 통해 원래 모습대로 복원됐다.

큰 기둥이 있는 발코니에서 사다리를 들고 있는 노란 조끼 차림의 건설 노동자의 모습과 맨해튼 스카이라인이 보이는 풍경

사진 출처, Grace Eliza Goodwin

사진 설명, 건설 노동자들은 새로 발견된 발코니를 복원 중이다

한때 두 개의 레스토랑이 들어서 있던 동굴 같은 지하 공간에서는 1910년대에 설치된 목재 회전문의 일부도 발견됐다. 카르도소는 원래 회전문은 훼손이 심해 복원이 불가능했지만, 원형을 그대로 본떠 새롭게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개발업체들은 건물 곳곳에서 발견된 오래된 자재와 유물을 새 공간에도 적극 활용했다.

지하에서 발견된 오래된 계단의 강철 난간은 아파트 욕실 세면대의 받침대로 다시 사용됐고, 각 세대 번호를 표시하는 모자이크 바닥 타일도 원래 디자인을 그대로 재현했다.

세면대가 설치된 대리석 욕실 사진과 이를 지탱하는 강철 지지대

사진 출처, Grace Eliza Goodwin

사진 설명, 욕실 세면대에 사용된 강철 난간은 낡은 계단에서 가져온 것이다
바닥에 모자이크 타일이 깔린 주택 현관 복도 전경

사진 출처, Visualisation One

사진 설명, 전용 현관 바닥에 모자이크 타일이 깔린 모습을 구현한 가상 이미지

또 지하에서는 공구와 피아노, 옛 레스토랑 메뉴판, 신발, 광고물, 셔츠, 조명기구, 양동이 등 다양한 유물이 발견됐다. 이 물건들은 건물 로비에 있는 유리 진열장에 전시돼 새 입주민들이 플랫아이언 빌딩의 역사를 엿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소필드는 한때 23번가에 서 있었지만 "거의 잊혀졌던" 역사적인 가로등도 로비의 샹들리에로 재해석했다고 설명했다.

건물들과 오래된 광고판 앞의 화려한 가로등이 담긴 역사적인 흑백 사진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소필드는 1895년에 촬영된 이 가로등에서 영감을 얻어 건물 로비에 설치할 새로운 샹들리에를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건물에 있던 옛 레스토랑의 목재 패널은 새 수영장 내부 장식으로 다시 제작됐고, 빈티지 화분과 차양, 골동품 조명과 창문 커튼도 거리와 맞닿은 공간 곳곳에 활용됐다.

또 건물 외관 전체에 새 조명이 설치돼 특유의 삼각형 형태와 섬세한 외관 장식이 밤에도 선명하게 드러남에 따라 사람들은 밤에도 건물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게 된다.

소필드는 "뉴욕의 많은 건물과 달리 플랫아이언 빌딩은 사방에서 볼 수 있는 건물"이라며 "어느 방향에서 바라봐도 모두 특별하다"고 말했다.

플랫아이언 빌딩 정면 전경. 로비 입구 외부 모습으로, 창문 위에는 빈티지 스타일의 차양이 설치되어 있다.

사진 출처, Visualisation One

사진 설명, 복원된 목재 회전문이 설치된 로비 입구의 완공 후 모습을 보여주는 가상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