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오랜 압박 받던 호르무즈 파병 결정할까?

사진 출처, 뉴스1
- 기자, 리차드 김
- 기자, BBC 코리아
- 게재 시간
- 읽는 시간: 3 분
한국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대해 "결정된 바 없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군사적 기여까지 검토하면서 관련 논의에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실제 파병이 결정될 경우 국회 동의안 통과 여부도 정치권의 쟁점이 될 전망이다.
청와대는 3일 정부가 파병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보도에 "사실과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하루 뒤인 4일에는 '실질적 기여'에 군사적 기여도 포함된다며 전투와 비전투, 수색 등 다양한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KBS 등을 통해 밝혔다.
최종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파병을 둘러싼 정부의 설명은 한층 구체적으로 바뀐 셈이다.
파병 보도 직후 국내 언론을 통해 알려진 정부 설명은 다소 정리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3일 파병 추진설이 보도된 직후 국방부는 "향후 관련 법령에 따라 절차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적절한 시점에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도 내용을 즉각 부인하지 않은 것이다.
이날 오후 청와대는 "'파병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며 결정된 바 없다"고 전했고, 이후 국방부도 "결정된 것은 없다"고 했다.
외교부도 4일 오전 "호르무즈에 '파병 가닥'이라는 일부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며 "(국회 파병 동의안 제출과) 관련된 사안은 결정된 바 없다'고 BBC에 밝혔다.

사진 출처, 뉴스1
이후 청와대에서 파병과 관련한 구체적인 입장이 보도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청와대 관계자는 4일 "실질적 기여는 군사적 기여를 포함하는 것"이라며 전투와 비전투, 수색 등 다양한 선택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반도 대비태세에 큰 손상이 있지 않은 범위 내에서는 운신할 수 있다"고도 했다.
이는 파병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 관계자는 국회 협의나 동의 단계까지 간 것은 아니라며 "정해진 것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청와대가 군사적 기여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열어두면서, 구체적인 파견 전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P-8A 해상초계기와 해군 군수지원함, 폭발물처리(EOD) 전력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다만 국방부는 공식적으로는 "현재 결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청와대와 군의 설명이 다소 엇갈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정치권에서는 정부가 파병 카드를 조금씩 공개하며 정치권과 여론의 반응을 살피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언론에 가능성을 흘려 여론의 반응을 살피고 논란이 커지면 결정된 것이 없다고 부인하는 패턴"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호르무즈 군사 지원 거듭 요구

사진 출처, Reuter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군사적 역할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3월이다.
트럼프는 대통령은 당시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한 항행을 위해 중국과 프랑스, 일본, 한국, 영국 등을 직접 거론하며 군함을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에는 호르무즈 해협을 이용하는 여러 국가를 향한 공동 대응 요구의 성격이 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에도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한국 화물선 사고를 거론하며 한국이 미국 주도의 작전에 합류할 때가 됐다는 취지로 재차 압박했다.
한국 정치권에서는 곧바로 신중론이 나왔다. 육군 대장 출신인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파병을 경제적 이익이나 대미 협상 수단으로 접근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고, 실제 파병이라면 국회 동의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에서는 한미동맹 차원의 기여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현재 청해부대 전력을 그대로 투입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신중론이 나왔다. 반면 안철수 의원 등 당 일각에서는 파병을 대미 협상과 국익 확보의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며 보다 적극적인 참여를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한국이 이란 문제에서 충분히 돕지 않는다는 불만을 공개적으로 제기하면서 한미 연합연습 축소까지 지시했다.
같은 날 청와대는 처음으로 호르무즈 문제와 관련해 "실질적·군사적 기여 방안을 미국 측과 긴밀히 논의 중"이라고 국내 언론에 밝혔다. 그동안 사용했던 '실질적 기여'보다 한 단계 구체화된 표현이었다.
청와대는 현재 진행 중인 검토가 트럼프의 최근 발언 때문에 시작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국은 미국뿐 아니라 영국, 프랑스 등과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항행을 위한 국제 협의를 계속해 왔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중동 기여 문제를 한미동맹 현안과 연결해 공개적으로 문제 삼으면서, 한국 정부로서는 파병에 따른 부담뿐 아니라 파병하지 않을 경우의 외교 및 안보적 비용까지 함께 따져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병 동의안 국회 오면 통과될까
실제 파병을 하려면 국회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 헌법 제60조 2항이 '국군의 외국에의 파견'에 대해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어서다.
파병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오면 재적의원 과반수가 출석하고, 출석의원 과반수가 찬성해야 통과된다.
현재 집권 여당인 민주당이 161석으로 단독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청와대가 최종적으로 파병을 결정하고 민주당 지도부가 찬성을 당론으로 정할 경우, 표결 숫자상 동의안 처리가 어렵지 않은 구도다.
여기에 국민의힘에서도 파병 필요성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야당의 찬성표가 더해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민주당은 아직 호르무즈 파병에 대한 당 차원의 입장을 정하지 않았다. 당내에서는 이날 반대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이기헌 의원은 4일 파병 동의 요청이 국회에 넘어올 경우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국혁신당과 진보당도 파병 검토 자체에 반대하고 있다.
지난 3월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55%로 찬성 30%보다 높았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68%였다.
정부가 자유항행 보장을 위한 수색이나 군수지원 등 비전투 임무로 역할을 한정할 경우 전투 임무보다는 정치적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 있다.
반대로 미군의 대이란 군사작전을 직접 지원하거나 교전 가능성이 있는 임무가 포함될 경우에는 정치권의 반발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외교부는 아직 국회 파병 동의안 제출과 관련해 결정된 사안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향후 파견 전력과 임무가 구체화되고 정부가 동의안을 실제로 국회에 제출한다면 논쟁의 초점은 '파병 여부'에서 파병 규모와 기간, 임무 범위 등으로 옮겨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