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공항 드론 공격 배후로 러시아 지목되자...EU·나토 '압박 강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오른쪽)과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이 2026년 9월 2일 EU 본부에서 언론 성명을 발표하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사진 출처, Reuters

    • 기자, 폴 커비
    • 기자, 유럽 디지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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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유럽연합(EU)의 집행위원회 수장은 러시아가 점점 무모해지고 있다고 경고하며 이러한 '새로운 일상'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독일이 라이프치히 공항 드론 공격 미수의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한 다음 날, "러시아 소행으로 지목된 라이프치히 공항 드론 공격 미수 사건은 EU 영토에서 벌어지는 위협이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우리는 대응 수위를 높여야 한다"며 "이는 러시아의 무모한 행동에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준비를 갖춰야 한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미국을 포함한 동맹 전체가 "독일과 전적으로 연대한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달 4일 폭발물을 탑재한 드론이 우크라이나 화물기를 고의로 겨냥했다는 독일의 주장을 부인했다.

이 드론은 라이프치히·할레 공항에서 로봇에 의해 무력화됐으며, 두 번째 드론은 또 다른 화물기와 충돌한 것으로 추정된다.

세 번째 드론은 10일 뒤 공항에서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항은 나토의 주요 거점으로, 우크라이나 안토노프 수송기가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곳이기도 하다.

독일 정부는 지난 1일, 경찰 수사와 정보당국의 조사 결과 러시아가 사건의 배후라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밝혔다.

내무장관은 드론의 구조와 부품, 폭발물, 기폭장치가 모두 러시아의 다른 하이브리드 작전에서 확인된 것들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라이프치히 공격과 관련해 용의자 2명이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명은 관광비자로 입국한 러시아 여권 소지자 벨라루스인이며, 다른 한 명은 라트비아와 러시아 여권을 소지한 인물로 베를린에 항공편으로 입국했다가 공격 미수 이틀 전 출국했다.

요한 바데풀 독일 외무장관이 라이프치히 공항 드론 공격 미수에 대한 독일의 대응 조치를 발표한 직후인 2026년 9월 1일, 한 방송기자가 베를린의 러시아 과학문화원을 촬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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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베를린의 러시아 하우스는 라이프치히 사건에 대한 독일의 대응 조치로 폐쇄될 예정이다

독일 정부는 본에 있는 러시아 영사관과 함께 베를린에서 러시아의 선전 기관 역할을 한다는 의심을 받아온 문화기관 '러시아 하우스'를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에 대해 "대응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으며, 독일 정부가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독일 정부의 조치에 대한 대응으로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예카테린부르크에 있는 독일 문화원인 괴테 인스티투트가 폐쇄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주러시아 독일대사관의 베른트 핑케 대리대사는 러시아 외무부에 소환돼 독일의 "전혀 근거 없는 비난"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러시아 측 입장을 전달받은 바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독일의 조치가 "명백히 독일 국민의 이익에 반하는" 중대한 실수라고 비판했다.

알렉산드르 그루슈코 러시아 외무차관은 러시아가 독일과의 관계를 단절할 준비가 돼 있느냐는 질문에 "그럴 수도 있다(maybe)"고 답했지만, 현재로서는 외교에 기회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내 비판론자들은 독일 정부의 대응이 비교적 미온적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독일 정부는 EU 제재 확대와 EU 전역에서 러시아인 방문객에 대한 입국 제한 등을 포함해 동맹국들과 더욱 공조된 대응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성명에서 라이프치히 공격에 대해 "러시아 요원들이 EU 영토에서 군용 물자를 동원해 실행한 공격"이라고 분명히 밝히며 "우리는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브뤼셀에서 뤼터 사무총장을 만나는 동안 EU 외무장관들은 아일랜드 위클로에 모였다.

장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EU 제재 회피를 목적으로 석유와 기타 화물을 운송하는 선박들로 구성된 러시아의 이른바 '그림자 선단'을 상대로 유럽 차원의 조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바로 장관과 벨기에·네덜란드 외무장관들은 이번 공격에 항의하기 위해 자국 주재 러시아 대사를 불러들였다고 밝혔다.

케스투티스 부드리스 리투아니아 외무장관은 러시아가 유럽 동맹국들을 겨냥한 하이브리드 작전에 정치적 대가가 따르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기존 제재의 집행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러시아 전직 전투원의 EU 입국 비자를 금지하고 러시아 관광객에 대한 비자 제한을 강화하는 방안이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웨덴과 네덜란드, 폴란드, 스페인 등 여러 EU 회원국은 동결된 러시아 자산 1930억유로(약 304조 5000억원) 이상을 우크라이나 지원에 사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방안은 2025년 말 처음 계획됐으나 해당 자금이 보관된 벨기에의 반대로 무산됐다. 하지만 벨기에는 법원으로부터 재정적 책임을 지게 될 것을 우려해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라이프치히 공격이 드론과 핵심 기반시설 교란 등 갈수록 위험해지는 광범위한 사건 양상의 일부라고 말했다.

뤼터 사무총장은 드론과 미사일이 나토 동부 전선 국가들로 넘어오면서 유럽인들이 직면한 위험이 커졌다며 "우크라이나를 위한 방위 장비를 생산하는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나 실제로 라이프치히에서 벌어진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공격처럼 우리 영토를 직접 겨냥한 악의적 활동도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2026년 9월 2일 독일 전력망을 겨냥한 두 번째 파괴 공작 시도 이후 독일 경찰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현지 경찰은 베르크하임의 한 변전소를 겨냥한 공격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 출처, Reuters

사진 설명, 경찰이 변전소 공격 이후 베르크하임 일대를 수색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지난 24시간 동안에만 파괴 공작으로 의심되는 사건이 여러 건 보고됐다. 여기에는 동부와 서부 쾰른 인근에서 각각 발생한 변전소 공격 2건이 포함된다.

당국은 아직 사건의 배후를 파악하지 못했지만, 헤르베르트 로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내무장관은 독일 서부 베르크하임의 송전선을 겨냥한 공격은 고의적이었다며, 이를 저지른 이들은 독일 전체를 공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외국 정부가 지시한 파괴 공작과 좌익 극단주의라는 두 가지 가능성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러 전력선에 문제가 생기면서 석탄화력발전소 2곳의 발전설비 5기가 가동을 중단했다. 경찰은 들판에서 발사장치 6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지난 1일 새벽에는 브란덴부르크의 옌슈발데 석탄화력발전소 인근 고압 송전선이 파손됐으며, 이후 변전소에서 폭발물도 발견됐다.

한편, 이웃 나라 폴란드의 도날트 투스크 총리는 바르샤바에서 남쪽으로 140km 떨어진 스카르지스코카미엔나의 전투용 드론 생산공장에서 발생한 화재가 고의적인 방화이자 파괴 공작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밤 루블린의 한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도 방화 가능성이 배제되지 않고 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러시아를 억제하기 위해 이미 제재를 활용해 왔으며, EU 외무장관들이 "러시아의 전쟁 자금을 더욱 고갈시킬" 추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U는 이미 우크라이나에 900억 유로(약 142조원)를 대출하기로 합의했으며,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PAC-3 방공 미사일 구매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수십억 유로의 추가 지원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유럽과 우크라이나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프레이야 탄도미사일 방어 프로젝트도 이미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유럽과 나토가 모스크바에 대한 압박을 이어가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강화할 것이라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무고한 남성과 여성, 어린이들을 폭격하고 살해하는 일을 멈출 때까지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