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최다 배출 월드컵' 이면의 숫자들

런던에서 출발한 잉글랜드 팬이 대표팀의 모든 경기를 관람할 경우 발생하는 탄소 발자국은 영국의 평균 가정이 약 2년 동안 난방을 하며 배출하는 양과 맞먹는다

사진 출처, BBC Sport

    • 기자, 케이티 고널
    • 기자, BBC 스포츠 특파원
  • 게재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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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팬 대부분에게 월드컵에서 자신이 응원하는 팀을 따라다니는 일은 평생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특별한 경험이다.

그런데 2026 월드컵은 역대 대회 가운데 가장 길고, 탄소 배출량도 가장 많은 여정이 될 전망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월드컵을 북미 대륙 전역에서 개최하고 본선 참가국 수를 48개국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부 팬들은 수천 마일을 비행기로 이동해야 할 수도 있다. BBC 스포츠의 분석에 따르면 이러한 상황은 팬 1인당 수 톤에 달하는 온실가스 초래할 수 있다.

런던에서 항공편으로 월드컵 응원을 떠난 잉글랜드 팬이 자국 대표팀이 결승전에 진출할 때까지 모든 경기를 관람한다고 가정해보자. 이 팬은 약 3.5톤의 탄소 발자국을 남기게 될 것이다. 이는 영국의 평균적인 가정이 약 19개월 동안 난방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출량과 비슷하다.

FIFA는 전 세계 축구 팬 500만 명 이상이 이번 월드컵을 위해 방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따른 환경 비용 역시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런던에서 출발한 잉글랜드 팬이 대표팀의 모든 경기를 관람할 경우 발생하는 탄소 발자국은 영국의 평균 가정이 약 2년 동안 난방을 하며 배출하는 양과 맞먹는다

사진 출처, Julian Finney/Getty Images

사진 설명, 런던에서 출발한 잉글랜드 팬이 대표팀의 모든 경기를 관람할 경우 발생하는 탄소 발자국은 영국의 평균 가정이 약 2년 동안 난방을 하며 배출하는 양과 맞먹는다

결승전까지 가는 길 — 지구 반 바퀴를 넘게 도는 대장정

런던에서 출발해 잉글랜드 대표팀의 모든 경기를 직관한 뒤 귀국하는 팬의 총 이동 거리는 지구 둘레의 3분의 2에 육박할 것이다.
사진 설명, 런던에서 출발해 잉글랜드 대표팀의 모든 경기를 직관한 뒤 귀국하는 팬의 총 이동 거리는 지구 둘레의 3분의 2에 육박할 것이다

6월 17일 달라스에서 열리는 첫 경기부터 7월 19일 뉴저지에서 열리는 결승전까지, 토마스 투헬 감독이 이끄는 잉글랜드 대표팀의 여정을 따라 모든 경기를 직접 관람하는 팬이 있다고 해보자. 아마도 이 팬은 대회 내내 상당 시간을 비행기 안에서 보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런던에서 출발해 잉글랜드 대표팀의 모든 경기를 직관한 뒤 귀국하는 팬의 총 이동 거리는 지구 둘레의 3분의 2에 육박할 것이다.

만약 이 팬이 조별리그 경기만 따라다녀도 그 이동 거리는 1760마일 이상이다.

여기에 런던에서 출발하는 국제선 이동과 잉글랜드가 결승에 진출했다는 가정까지 더하면, 이동 거리는 크게 늘어난다.

잉글랜드가 조 1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해 결승까지 진출한다면, 팬은 최소 1만4698마일을 이동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약 3.4톤CO2e(이산화탄소환산량)에 달하는 온실가스를 배출하게 된다.

여기에서 잉글랜드가 조 2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한 뒤 결승에 오른다면 이동 거리는 최소 1만5385마일로 늘어나며,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약 3.5톤CO2e에 달한다.

조 3위로 조별리그를 마친 후 잉글랜드가 결승에 진출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그러나 진출 조건이 복잡하고 가능한 경로가 매우 다양해 해당 경우는 이번 분석에서 제외했다.

수 톤에 달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무엇을 의미할까?

비행기는 가장 탄소 집약적인 교통수단이다. 항공 이동은 대기를 가열하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이는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의 원인이 된다.

기후 캠페인 단체인 '스러스트 카본'은 잉글랜드 팬 한 명이 대표팀의 모든 경기를 따라다니며 발생시키는 온실가스 3.4톤CO2e이 비닐봉지 3만4000개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출량, 또는 영국 평균 가정의 약 19개월 치 난방 배출량과 맞먹는 수준이라고 풀이했다.

'지구적 책임을 위한 과학자 모임(Scientists for Global Responsibility)'의 스튜어트 파킨슨 박사는 BBC의 분석치에 대해 "깊이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잉글랜드 팬 한 명이 배출하는 3.4톤의 온실가스는 아이티와 같은 저소득 국가의 일반적인 주민이 1년 동안 배출하는 양의 2~3배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파킨슨 박사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제한하자는 파리 기후협정의 목표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처럼 막대한 항공 부문 배출량이 발생한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이미 기후 변화의 영향을 목격하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스스로 설정한 기후 목표를 계속해서 초과하고 있다"며 "이는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잉글랜드 팬 한 명이 배출하는 3.4톤의 온실가스는 아이티와 같은 저소득 국가의 일반적인 주민이 1년 동안 배출하는 양의 2~3배에 해당한다
사진 설명, 잉글랜드 팬 한 명이 배출하는 3.4톤의 온실가스는 아이티와 같은 저소득 국가의 일반적인 주민이 1년 동안 배출하는 양의 2~3배에 해당한다

스코틀랜드 팬들도 '막대한 탄소 배출'에서 자유롭지 않다

자국 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 원정길에 나서는 스코틀랜드 팬들은 조별리그 단계에서는 잉글랜드 팬들보다 이동 거리가 짧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스코틀랜드 대표팀이 조별리그를 통과할 경우, 이동 거리는 크게 늘어나게 된다.

스코틀랜드의 열성 축구 팬들을 뜻하는 '타르탄 아미(Tartan Army)는 조별리그 기간 동안 개최 도시를 오가며 총 1258마일을 이동하게 된다.

스코틀랜드가 조 1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한 뒤 결승까지 진출한다면(대회 전후 에든버러 왕복 항공편 포함), 총 이동 거리는 1만2420마일을 넘게 된다. 이 경우 팬 1인당 탄소발자국은 약 2.8톤CO2e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조 2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한 뒤 결승에 오른다면 이동 거리는 1만3771마일로 늘어나며, 이에 따른 배출량은 약 3.3톤CO2e에 달한다.

스코틀랜드가 28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에 복귀함에 따라 수만 명의 스코틀랜드 팬들이 미국으로 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 설명, 스코틀랜드가 28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에 복귀함에 따라 수만 명의 스코틀랜드 팬들이 미국으로 향할 것으로 예상된다.

팬의 시각: 부정적인 영향을 긍정적인 변화로 바꾸기

'스코틀랜드 축구 서포터즈 연합(SFSA)'의 공동 설립자인 폴 구드윈은 환경 문제에 대한 축구 팬들의 인식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스코틀랜드 팬이라면 누구나 월드컵 현장에 함께하고 싶을 것"이라며 "가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많은 팬들이 실제로는 상반된 감정을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구드윈은 SFSA가 지속가능성과 관련해 팬들을 교육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환경 문제에 있어 축구계 역시 책임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희는 타르탄 아미가 자신들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인지하고,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 계획들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고, 나아가 부정적인 것을 긍정적인 변화의 계기로 삼을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습니다."

FIFA의 입장은?

FIFA는 근거에 기반한 검토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사진 출처, Sam Hodde/Getty Images

사진 설명, FIFA는 근거에 기반한 검토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FIFA는 BBC에 보낸 장문의 성명을 통해 기후 변화의 영향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히며, "근거에 기반한 검토"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FIFA는 또 "항공 이동이 모든 대형 행사의 전체 탄소 발자국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항공 부문 배출량을 줄이는 것은 대형 행사 주최 측이 직면한 가장 큰 지속가능성 과제 가운데 하나임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이어 FIFA와 개최 도시들이 월드컵과 관련해 추진해 온 다양한 환경 관련 노력을 소개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기존 경기장 활용
  • 참가자들의 장거리 이동 수요를 줄이기 위한 권역별 공동 개최
  • 수자원 절약, 대중교통 이용 장려, 전기차 도입 등을 통한 대회 운영의 에너지 효율성 제고

FIFA는 이와 함께 "주요 경기장에서 재활용을 장려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며, 북미 전역에서 나무 심기 프로젝트도 곧 시작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팬들이 가장 먼 거리를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 출처, Shaun Botterill - FIFA/FIFA via Getty Images

사진 설명, 남아프리카공화국 팬들이 가장 먼 거리를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어느 팀의 이동 거리가 가장 길까?

2026 월드컵에는 48개국이 참가하며, 각 팀의 이동 거리는 조별리그 경기 장소와 토너먼트 진출 경로에 따라 달라진다.

FIFA는 대륙 횡단 이동을 줄이기 위해 조별리그 일부 경기를 권역별로 묶어 편성했다. 그러나 토너먼트 상위 라운드까지 진출하는 팀의 팬들은 이동 거리가 1만2000마일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조별리그에서 가장 큰 이동 부담을 안게 될 팀은 B조의 유럽축구연맹(UEFA) 플레이오프 통과국으로, 웨일스 또는 북아일랜드가 될 가능성이 있다. 토론토, 잉글우드, 시애틀에서 열리는 이 팀의 조별리그 세 경기를 모두 관람하려는 팬들은 3140마일이 넘는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

출전국과 개최국 간 왕복 항공편까지 포함할 경우, 남아프리카공화국 팬들이 가장 먼 거리를 이동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조별리그 일정뿐 아니라, 현실적으로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대표팀이 결승전까지 진출하는 경우까지 포함한 계산이다.

  • 조별리그만 관람할 경우: 최소 2만1090마일
  • 조 1위로 결승에 진출할 경우: 최소 2만2764마일

이 경기를 관람하기 위한 항공 이동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조별리그 기준 팬 1인당 약 4.7톤CO2e로 추산된다. 팀이 조 2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한 뒤 결승까지 진출하는 시나리오에서는 팬 1인당 최대 5.9톤CO2e가 배출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남아프리카공화국 국민 1명이 1년 동안 배출하는 평균 온실가스는 약 5.8톤CO2e다.

시드 배정국 가운데 팬들의 예상 이동 거리가 가장 긴 팀은 독일이다.

  • 조 1위로 결승에 진출할 경우: 최소 1만7935마일 (약 3.2톤 CO2e)
  • 조 2위로 결승에 진출할 경우: 최소 1만9770마일 (약 3.5톤 CO2e)

반면 프랑스는 국제선 항공 이동을 제외할 경우 조별리그 기간 예상 이동 거리가 약 370마일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된다. 그리고 조별리그가 열리는 도시 가운데 두 곳은 철도로도 이동할 수 있다

SGR는 2025년 보고서에서 2026 월드컵의 총 탄소 발자국이 900만 톤CO2e에 달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사진 출처, Alfredo ESTRELLA / AFP via Getty Images

사진 설명, SGR는 2025년 보고서에서 2026 월드컵의 총 탄소 발자국이 900만 톤CO2e에 달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역대 최다 온실가스 배출 월드컵'

SGR는 2025년 보고서에서 2026 월드컵의 총 탄소 발자국이 900만 톤CO2e에 달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SGR은 이 수치가 최근 네 차례 월드컵의 평균 배출량보다 약 두 배 많은 수준이라며, 2026 월드컵이 역대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한 대회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파킨슨 박사는 "이는 세계 여러 국가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을 웃도는 규모이며, 영국에서 자동차 600만 대 이상이 1년 동안 운행하며 배출하는 양과 맞먹는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항공 교통은 월드컵 전체 탄소 발자국의 약 80~90%를 차지하는 가장 큰 배출원이다.

때문에 "항공 이동을 줄이는 것이 탄소 발자국을 감축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라고 했다.

파킨슨 박사는 월드컵 규모를 확대하기로 한 FIFA의 결정이 "기후 변화 대응에 대한 FIFA의 대외적 약속을 사실상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며"대회를 확대하기보다 오히려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실제로 이뤄질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2030 월드컵은 모로코, 포르투갈, 스페인이 공동 개최할 예정이다. 또한 월드컵 100주년을 기념해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파라과이에서도 세 경기가 치러진다.

2034년 대회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개최되며 11개의 경기장이 사용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 경기장들 중 현재 지어진 곳은 하나도 없다.

지난 월드컵은 어땠을까?

2022 카타르 월드컵은 국내 이동을 최소화하고, 대중교통으로 접근 가능한 경기장들을 비교적 좁은 지역에 집중 배치해 역대 가장 압축적인 형태로 치러진 월드컵으로 평가받았다

사진 출처, KARIM JAAFAR/AFP via Getty Images

사진 설명, 2022 카타르 월드컵은 국내 이동을 최소화하고, 대중교통으로 접근 가능한 경기장들을 비교적 좁은 지역에 집중 배치해 역대 가장 압축적인 형태로 치러진 월드컵으로 평가받았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은 국내 이동을 최소화하고, 대중교통으로 접근 가능한 경기장들을 비교적 좁은 지역에 집중 배치해 역대 가장 압축적인 형태로 치러진 대회였다. 선수단은 대체로 한곳에 머무를 수 있었고, 팬들은 하루에 여러 경기를 관람하는 것도 가능했다.

반면 브라질(2014년)과 러시아(2018년)처럼 국토가 넓은 개최국에서는 이동 거리가 훨씬 길어질 수밖에 없었으며, 일부 팀과 팬들은 조별리그 기간에만 수천 마일을 이동해야 했다. 다만 이들 대회는 참가국 수가 32개국으로 경기 수가 적은 단일 국가 개최 대회였다.

방법론: 데이터 계산 방식

BBC 스포츠는 개최 도시 간 거리를 산정할 때 각 도시에 가장 가까운 공항을 기준으로 삼았다. 또한 참가국 팬들이 직항편이 있는 경우 첫 경기 개최지까지 직항으로 이동한 뒤, 대회의 마지막 경기 후에도 직항편으로 귀국한다고 가정했다. 직항편이 없는 경우에는 이용 가능한 경유 노선 가운데 가장 짧은 경로를 적용했다.

프랑스 팬들이 이스트 러더퍼드와 필라델피아 사이를 이동하는 경우처럼, 비교적 거리가 짧은 구간에서는 철도 이동도 계산에 포함했다.

항공 이동 거리는 외부 항공 마일리지 계산기를 활용해 산출했다. 탄소 배출량은 승객 1인당 평균치를 기준으로 계산했으며, 영국 정부의 온실가스 환산 계수를 적용했다.

마일당 CO2 배출량은 국내선인지, 영국 출발·도착 단거리 국제선인지, 영국 출발·도착 장거리 국제선인지, 또는 영국을 경유하지 않는 국가 간 국제선인지에 따라 각각 다르게 계산되는 방식을 적용했다.

이번 분석 결과는 항공 이동 거리와 이에 따른 탄소 배출량을 추정한 것이다. 실제 배출량은 항공기 기종, 탑승률, 좌석 등급, 운항 경로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추가 취재: 데일 존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