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가는 시진핑…중국은 무엇을 노리고 북한은 무엇을 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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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한상미
- 기자, BBC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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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 이어 푸틴까지 만난 시진핑이 이번에는 평양으로 향한다. 미국·러시아 정상에 이어 북한 최고지도자와의 회담까지 채 한 달도 걸리지 않는 셈이다.
2019년 이후 7년 만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평양행이 공식화되면서 외교가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한 곳으로 향한다. 왜 지금 무엇 때문에 북한일까.
시 주석의 이번 방북은 단순한 친선 방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미중 패권 경쟁이 장기화되고 북러 관계가 더욱 가까워지는 가운데, 중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재정비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동시에 경제난을 겪고 있는 북한 역시 중국과의 협력 확대가 절실하다. 시 주석은 어떤 셈법을 들고 평양행에 오르는 것일까.
'반미 연대의 마지막 퍼즐'
전문가들은 시진핑 주석의 이번 방북을 이해하려면 '북중 관계'를 넘어 '미중 경쟁'과 '북중러 협력'이라는 거시적 구도를 함께 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최근 미중·중러 정상회담이 잇따라 개최된 점에 주목했다. 그는 BBC에 "중국이 미국과의 전략적 경쟁 속에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북한이 중요한 축으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반미 연대라는 큰 그림에서 사실상 마지막 퍼즐은 북한"이라며 "중국 입장에서 북중러 3국 협력 구도를 한층 공고히 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라고 했다.
미중 정상회담이 갈등을 관리하며 경쟁하겠다는 '탐색전'이었다면, 직후 열린 중러 정상회담은 미중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재확인한 자리'였다는 것.
아울러 "중국이 최근 미국이 중동 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외교 역량을 분산시킨 틈을 타 동북아 내 영향력을 확대하려 한다"며 "여기에 올해 북중 우호조약 체결 65주년이라는 상징성까지 더해지면서 양국 관계를 재정비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고 김 교수는 전했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이 이번 방북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크게 세 가지로 요약했다. ▲러시아와 밀착하는 북한을 중국의 전략 구도 안으로 견인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재확인 ▲미·중 전략 경쟁 속 북·중·러 협력 체제의 안정적 관리가 그것이다.
반면 북한은 이를 계기로 경제 지원과 투자 확대, 관광 활성화 등 실질적인 경제적 실리를 기대하고 있다고 그는 진단했다.
'북중 관계는 무조건 경제'
반면 북한이 시 주석과의 회담을 통해 가장 바라는 것은 결국 '경제적 실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영희 동국대 북한학연구소 객원연구원은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를 정치·군사가 아닌 '경제 협력 확대'에서 찾았다. 현재 북한에 가장 시급한 과제는 경제 회복이며, 북한이 북중 관계에서 기대하는 바 역시 오롯이 '경제'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 역시 북한에 전략적 요구를 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경제적 보상을 제시해야 한다"며 "시 주석이 이번 평양행에 상당한 선물 보따리를 들고 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중국이 꺼내 들 수 있는 카드로 ▲신압록강대교 활용 확대 ▲북중 무역 활성화 ▲중국 관광객의 원산갈마 관광지구 방문 확대 ▲라선경제특구 투자 재개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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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원산갈마 관광지구는 특히 주목받는 카드다. 김 연구원은 "김정은 위원장이 심혈을 기울여 추진해 온 역점 사업"이라며 "자체적인 관광객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중국 단체 관광객 유치는 북한이 가장 현실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외화벌이 수단"이라고 평가했다.
김 연구원은 아울러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이 군사 협력이라면, 북한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나라는 결국 중국뿐"이라고 강조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도 "원산갈마 해안지구는 2만 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숙박 시설을 갖추고 있다"면서 "서광사·울림폭포·금강산·마식령 등 6개 권역과 연계하면 사계절 관광이 가능한 벨트로 발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해 진출과 안보 지형 격변
이번 회담은 경제 협력에만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북중 양자 관계를 넘어 동북아 안보 구도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 주석의 이번 방북은 단순한 의전 행사가 아닌, 향후 역내 질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정학적 사건"이라고 진단했다. 회담 결과에 따라 북중 간 정치·안보 협력이 강화될 경우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가 더욱 선명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재천 교수는 "65주년을 맞은 북중 우호조약을 현 정세에 맞게 재정비하는 안보 전략적 논의가 함께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나아가 그는 '두만강 하구 개발'과 '중국의 동해 진출 문제'도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만약 "중국이 이번 회담을 통해 동해 진출권을 획득해 군사력을 투사할 수 있게 된다면, 동북아 안보 지형에 엄청난 지각변동을 몰고 올 것"이라는 것.
김 교수는 "현재는 북러 국경 접경 지역에 세워진 철교로 인해 중국의 바다 진출이 가로막혀 있지만, 경제적 실리를 중시하는 김정은 위원장의 성향상 두만강 하구 통행료 징수 및 통관 인프라 개발 등을 조건으로 과감히 타협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푸틴과 시진핑은 2024년 6월 정상회담에서 두만강 하류를 통해 중국이 동해로 나아갈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그러면서 이와 관련해 북한과 '건설적 대화'를 진행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중국 선박이 북중러 국경이 접해 있는 두만강 하류를 통해 동해로 나가기 위해서는 약 15㎞ 구간에 걸쳐 러시아와 북한의 동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국방연구원 출신의 이창형 대륙전략연구소장은 "중국은 현재 동중국해, 남중국해를 통해서만 서태평양으로 나갈 수 있다"며 "만일 중국이 북한의 청진항과 라진항, 원산항 등을 빌려 쓸 수 있게 된다면 활로가 완전히 달라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중국 동북 3성에서 나오는 대규모의 농산물 수출입이 돌고 돌아 저 밑에 있는 대련항을 통해 이뤄진다"면서 "비용 절감 측면에서도 중국이 오랫동안 동해를 탐내왔다"고 설명했다.
한편 박병광 연구위원은 "이번 정상회담의 의미는 회담 이후 발표될 메시지에 있다"며 "공동성명에서 '한반도 비핵화' 언급이 사라지거나 약화될 경우 중국이 사실상 북한의 핵 보유 현실을 묵인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대로 비핵화와 한반도 안정, 대화 재개 등이 강조된다면 중국이 북러 밀착을 견제하면서 역내 긴장 관리에 나서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는 분석이다.
그는 "공동성명에서 비핵화와 안보·경제 협력이 어떤 방식으로 명시되는지가 향후 북중 관계와 동북아 정세를 읽을 가장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