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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을 위협하는 항공연료 가격 상승 및 부족 사태, 대응책은 있을까
- 기자, 테오 레겟
- 기자, 교통 전문기자
- 읽는 시간: 7 분
전 세계 어느 주요 공항이든, 활주로에서는 쉽게 알아챌 수 있는 특유의 냄새가 난다. 약간 달콤하면서도 기름진 이 냄새는 어느 오래된 작업장이나 낡은 등유 램프를 떠올리게 한다. 미지근한 공항 커피와 출입국심사대 앞 긴 줄처럼, 여행 경험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은 이 냄새의 주인공은 바로 항공기 엔진에 쓰이는 연료, 즉 항공연료다.
그런데 최근 몇 주 동안 이 톡 쏘는 듯한 냄새의 가격이 치솟고 있다. 중동에서 분쟁이 발발한 이래 항공유 가격이 전 세계적으로 급격히 치솟고 잇기 때문이다.
이에 호르무즈 해협이 조속히 재개방되지 않으면 앞으로 몇 달 안에 일부 지역에서는 심각한 항공유 부족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미 수많은 항공사들이 항공권 가격을 인상하는 한편, 일부 항공편은 취소하며 대응에 나섰다. 항공연료가 추가 공급되지 않는다면 여름휴가 성수기를 앞두고 더 큰 차질 및 취소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특히 이번 위기는 유럽 내 최대 항공연료 소비국인 영국의 항공 산업이 중동 분쟁에 얼마나 취약한지 여실히 보여주었다.
그렇다면 이 일련의 사태가 우리의 여름휴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에 대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항공연료 확보 경쟁
걸프 국가들은 자체 수요보다 훨씬 더 많은 항공유를 생산한다. 이 때문에 평소에는 주요 항공유 수출국으로서 국제 시장에서 매일 거래되는 항공유의 약 20%를 공급한다.
그리고 유럽은 이러한 항공유의 주요 구매처이다. 유럽은 정제 시설이 부족한 탓에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수입 물량의 절반 이상이 걸프 지역에서 들어온다.
하지만 지난 8주 동안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이 공급망이 차단됐고, 이에 타 지역에서 생산한 항공유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항공유 가격도 급상승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첫 공습 이전인 올해 2월 말, 유럽에서 항공유는 1톤당 831달러(약 120만원)에 거래됐다. 4월 초에는 120% 이상 오르며 1838달러까지 치솟았다.
이후 하락하긴 했으나, 꾸준히 1500달러를 웃돌고 있다.
정유 시설 부족
항공연료는 특수 첨가제가 포함된, 고도로 정제된 등유로, 일반적으로 원유의 분별 증류를 통해 생산된다.
공급량이 정제시설 역량에 따라 크게 좌우되기에, 걸프 지역에서의 생산량 감소는 원유보다 항공유 가격 상승을 더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졌다.
'아거스 미디어'의 항공유 가격 담당 책임자인 아마르 칸은 "지난 2년여 동안 유럽 내 정유소 5곳이 문을 닫았지만, 항공유 수요는 매년 증가해왔다"면서 "즉 공급은 부족하고, 수요는 증가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영국은 필요한 양의 65%를 수입하는 등 수입 항공유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문을 닫은 정유소 중 2곳이 영국에 있었으며, 현재 영국에 남아 있는 정유소는 단 4곳에 불과하다.
대폭 축소된 운행 일정과 치솟는 항공권 가격
항공사에게 연료는 핵심 비용으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연료비는 일반적으로 항공사 운영 비용의 25~30%를 차지한다. 따라서 유가가 상승하면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유럽과 아시아에서는 항공사들이 가격 상승 시 부담을 줄이고자 연료나 기타 석유 제품을 고정 가격 또는 상한 가격으로 미리 확보하는 방식을 택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만으로는 부담을 완전히 피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영국의 저비용 항공사 '이지젯'은 상반기 연료 공급량의 80%를 톤당 717달러에 미리 확보했으나, 나머지 물량은 현재가로 조달해야만 했고, 이에 올해 3월 한 달에만 2500만파운드(약 49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타 항공사들, 특히 미국 항공사들은 최근 몇 년 동안 가격 하락 시 비용이 증가한다는 이유로, 이러한 전략을 채택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이번 국면에서 더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편 '에어 프랑스 KLM', '에어 캐나다', '스칸디나비아 항공(SAS)'과 같은 일부 항공사들은 이미 여름 운항 일정을 축소하고 나섰다. 독일의 '루프트한자'는 이달 초, 올해 10월 말까지 항공편 2만 편을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스코틀랜드 지역 항공사 '로가네어'의 CEO 출신으로, 현재 '스카이버스' CEO인 조너선 힝클스는 "이번 위기 이전 아주 조금 수익성이 있었던 노선이라면 이제는 완전히 적자를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항공권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장거리 노선, 특히 주요 걸프 항공사들이 운항하는 구간에서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운항 여력이 제한된 데다 유가도 상승한 결과다.
컨설팅 업체 '테네오'의 조사에 따르면, 예를 들어 오는 6월 런던-멜버른 항공권 가격은 작년 대비 76%나 올랐다.
미국 항공사 '유나이티드 항공'은 특히 유가 상승분을 승객에게 전가하겠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스콧 커비 CEO는 이달 초 투자자들에게 "항공유 가격 인상분의 100%를 최대한 빨리 회수하고자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다.
'영국항공', '이베리아 항공', '에어링구스', '뷰엘링', '레벨' 등을 소유한 '인터내셔널 에어라인스 그룹(IAG)' 역시 여행객들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으며, '버진 애틀랜틱'은 이미 이코노미석 항공권에 50파운드, 비즈니스석 항공권에 360파운드의 추가 요금을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 내 단거리 노선의 경우, 항공권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지금까지 훨씬 제한적인 편이다. 오히려 헝가리 저비용 항공사 '위즈 에어'의 요제프 바라디 CEO에 따르면, 항공사들은 여행을 망설이는 고객들을 끌어들이고자 단거리 항공권은 인하하고 있다.
바라디 CEO는 지난달 말 기자들에게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 고객들은 주저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솔직히 말해 가격이 내려가면 이러한 망설임도 해소할 수 있다. 그래서 단기적으로는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JLS 컨설팅'의 존 스트릭랜드는 항공연료 가격이 치솟으면서 연료를 미리 충분히 확보해 둔 저가 항공사들은 그렇지 않은 경쟁사들에 비해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됐다고 말한다.
"이러한 저가 항공사들은 재정적으로 불안정한 경쟁 항공사를 압박하고 싶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항공유 부족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이란 분쟁 발발 이후 항공사들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항공유 가격 상승이었지만, 특히 유럽을 중심으로 또 다른 위협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다. 바로 항공유 공급 부족 문제다.
지난달 중순, 32개 회원국에 에너지 공급 및 안보에 대한 자문을 제공하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사무총장은 유럽 내 "항공유 재고가 약 6주분에 불과하다"고 경고했다.
IEA의 자세한 분석에 따르면, 미국 등으로부터의 항공유 수입은 증가했으나, 이렇게 추가로 확보한 물량은 중동에서 끊긴 공급량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만 대체할 수 있다.
IEA는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경우 오는 6월부터 연료 비축량이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 이는 일부 공항에서 실제로 항공유가 부족해 항공편이 잇따라 취소되고 수요 자체가 망가질 수 있다"는 의미다.
한편 유럽이 중동 지역 항공유에 크게 의존하고 있긴 하나, 다른 공급처도 존재한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공급처로는 한국과 대만을 비롯한 동아시아 및 미국, 나이지리아를 꼽을 수 있다.
하지만 동아시아의 정유 시설은 중동산 원유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번 전쟁으로 중동 원유 공급이 제한되면서 이들 국가의 항공유 수출 가능 물량도 덩달아 감소했다.
한편 미국산 항공유 수입은 증가하고 있지만 연료 규격이 다른 국가와는 다르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한다.
미국에서는 '제트 A'를 사용하는데, 이는 유럽에서 쓰는 '제트 A1'보다 어는점이 높다. 모든 미국 정유 시설이 제트 A1을 생산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대서양을 건너 유럽으로 공급할 수 있는 추가 물량에는 한계가 있다.
아울러 작년까지만 해도 인도는 주요 항공연료 공급처였다. 그러나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원유로 만든 정제 제품의 수입을 금지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아거스 미디어'의 칸은 "이러한 수입 제한 조치는 결국 유럽 내 인도산 항공유 퇴출로 이어졌다. (공급 구조가) 너무 복잡해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 결과, 유럽 내 항공연료 비축량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 시장 정보 업체 '베로에'에 따르면, 주요 허브인 암스테르담-로테르담-안트베르펜의 재고량은 6년 만에 최저 수준을 맴돌고 있다.
베로에에 따르면 이번 분쟁 이전, 유럽은 약 37일분의 연료를 비축해 둔 상태였다. 하지만 현재는 30일분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IEA는 일부 공항에서 연료가 고갈되는 임계 수준을 약 23일분으로 본다.
베로에 측은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혼란이 계속될 경우 연료 부족 사태가 발생할 위험이 매우 크다"고 본다.
칸 또한 "위험이 매우 크다"면서 이에 동의했다. 그러나 연료 부족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모든 공항이 동일한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수요가 많은 주요 공항들이 소규모 공항들보다 우선 연료를 공급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편 '위즈 에어'의 바라디 CEO는 항공유 가격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는 "창의적인 방법을 동원할 여지가 많다"며 추가적으로 공급받을 길이 열릴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는 지난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항공연료가 바닥나는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실제 부족 사태가 발생할 경우 그 영향은 유럽 내 지역별로 다를 것이라고 인정했다.
"유럽 내 모든 공항이 같은 시각, 같은 시점에 동시에 타격받지는 않을 것이다. 혼란이 이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공급업체는 여러 곳이고, 공급업체마다 상황이 다를 수 있기에 어떤 곳에서는 연료를 구할 수 없더라도 다른 공급업체를 통해 구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최후의 수단으로, 연료가 완전히 고갈되면 항공편을 취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책은?
항공사 대부분은 적어도 공개적으로는 항공유 공급 상황에 대해 낙관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배후에서 유럽 항공사들은 높은 항공유 가격과 잠재적인 공급 부족 사태의 영향을 완화하고자 치열한 로비 활동을 벌이고 있다.
영국 정부는 여러 가지 대응책을 준비 중이다. 히드로 공항 같은 주요 공항에서 항공사들이 이착륙 슬롯(배분된 시간)을 잃지 않으면서도 미리 항공편을 취소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일반적으로 항공사가 특정 시즌에 슬롯의 80%를 사용하지 않으면, 다음 해 사용 자격을 잃게 된다. 이로 인해 항공사들은 그 가치가 수천만 파운드에 달하는 슬롯을 유지하고자 승객을 절반만 태운 상태로도 운항하고는 한다.
그러나 사전 취소를 허용한다면 항공사들은 출발 직전 급하게 항공편을 취소하는 대신, 미리 일정을 조정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같은 날 동일한 목적지로 향하는 여러 항공편을 운항하는 항공사는 불이익 없이 일부 항공편을 취소할 수 있다.
또한 정유 업체들에는 항공유 공급을 최대한 늘리라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으며, 영국 정부는 미국산 제트 A 연료 수입 허용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이는 기존 설비와의 호환성에 달려 있다.
유럽에서도 EU 집행위원회가 유사한 조치를 준비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더 많은 조치를 취하고 있다.
집행위원회는 연료 부족으로 인한 항공편 취소 및 심각한 지연을 "예외적인 상황"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이미 밝힌 상태다. EU 규정에 따르면, 이는 항공사가 승객에게 금전적 보상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다만 승객은 여전히 환불이나 대체 항공편을 제공받을 권리를 지닌다.
또한, 일반적으로 '탱커링'이라 불리는, 연료 가격이 저렴한 공항에서 목적지까지 가는데 필요한 연료량보다 훨씬 많은 연료를 싣고 오는 관행에 대한 규제도 완화될 수 있다.
탱커링을 통해 항공사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지만, 이륙 시 기체 무게가 무거워져 연료 소모량이 증가한다는 단점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부족 사태의 원인 자체 해결보다는 대응에 가깝다.
구조적 변화
한편 영국의 지나친 수입 의존적인 구조를 해결하는 일은 다 쉽지 않아 보인다. 1970년대 기준 영국에는 정유 시설이 18곳에 달했으나, 현재는 4곳에 불과하다.
스카이버스의 힝클스 CEO는 "영국 내에서 자체적인 정유 역량을 강화해 회복탄력성을 높일 필요가 있는지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문제는 실현 가능 여부다. 남은 정유 시설들은 이미 항공유 생산을 우선 확대하라는 요청을 받고 있다. 하지만 칸에 따르면, "이는 단기간에 이루어지지 않으며, 항공연료 생산량을 크게 늘리지도" 못한다.
한 가지 방법은 '지속 가능한 항공연료(SAF)'의 국내 생산 확대다. 합성 연료인 SAF는 폐식용유나 농업 폐기물과 같은 폐기물이나 에너지 작물, 재생 에너지를 이용해 물과 이산화탄소를 액체 탄화수소('e-연료')로 전환하는 식으로 생산한다.
'지속 가능한 항공연료'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주로 환경적 이점을 중점적으로 알려졌다. 제조 방법에 따라 환경적 이점은 크게 다를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 SAF 연소 시 배출되는 탄소량은 화석 연료 연소에 비해 적다.
영국과 EU 모두 향후 25년 동안 SAF 사용량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의무 규정을 두고 있다.
하지만 SAF 산업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현재 SAF 공급량은 상대적으로 적고, 영국에서 사용하는 SAF 대부분이 동아시아에서 수입된다. 이는 일반적으로 기존 연료보다 톤당 1000달러 이상 더 비싼 가격을 자랑한다.
힝클스 CEO는 이러한 문제들만 극복할 수 있다면, SAF야말로 항공연료 수입 의존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는 "핵심은 SAF를 실제로 확보할 수 있는지 여부"라면서 "영국이나 유럽 내 SAF 생산량을 의미 있는 수준으로 늘려 항공 연료 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점차 늘려갈 수 있는가"라고 덧붙였다.
환경 운동가들도 이에 동의한다. 로비 단체 '교통과 환경'의 영국 정책 담당자인 톰 테일러는 "SAF 생산량을 늘린다고 해서 항공유 수입을 하룻밤 사이에 중단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SAF 생산량을 늘리면 지정학적으로 민감한 화석 연료에서 지역적으로 관리 가능한 재생 에너지와 폐기물 연료 위주로 항공유 공급망을 전환해나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며, 아직 먼 미래의 일이기도 하다.
한편 단기적으로는 항공 산업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진 상태다. 항공유 가격이 빠르게 내려갈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며, 만약 공급 부족 우려가 현실이 된다면 항공 산업 및 여행객들은 요동치는 여름철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