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인구 1000만명 상한제' 국민투표 부친다...찬반 대립 팽팽

사진 출처, Reuters
- 기자, 이모젠 폴크스
- Reporting from, 베른, 스위스
- 게재 시간
- 읽는 시간: 4 분
한 국가가 인구 규모에 절대적인 상한선을 둘 수 있을까? 스위스 유권자들은 14일(현지시간) 국민투표를 통해 자국 인구를 1000만 명으로 제한하는 방안에 대한 찬반을 결정한다.
이번 제안은 우파 성향인 스위스국민당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 정당은 해당 안을 주택, 공공서비스, 환경에 가해지는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지속가능성 이니셔티브'라고 설명한다.
반면 스위스 정부와 다른 주요 정당들, 재계 및 노동계는 이를 '카오스(혼란) 이니셔티브'라고 부른다. 이들은 해당 정책으로 인해 병원과 호텔 등에서 절실히 필요한 인력이 부족해지고, 유럽연합(EU)과 어렵게 쌓아온 관계를 훼손해 비EU 회원국인 스위스를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에서 고립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스위스 인구는 2002년 730만 명에서 현재 910만 명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이 가운데 27%는 외국인 거주자다.
많은 유권자는 혼잡한 열차, 높은 주거비, 상승하는 의료비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번 투표는 매우 접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사 결과 반대 의견이 52%로 근소하게 앞서고 있지만, 찬성도 45%에 달하며 의견이 양분됐다. 아직 입장을 정하지 못한 유권자들도 많다.
헬린 게니스와 닐스 피히터는 공통점이 많지만, 인구 제한 문제를 둘러싼 입장은 정반대다. 이는 이번 국민투표에 대한 반응이 얼마나 양분됐는지를 보여준다.
두 사람 모두 이민자 가정 출신의 젊은 지역 정치인이다. 피히터는 29세, 게니스는 31세다. 헬린의 부모는 튀르키예 출신이며, 닐스의 어머니는 캐나다 출신으로 그는 이중국적을 보유하고 있다.
베른주 의회에서 스위스국민당을 대표하는 피히터는 "우리는 통제력을 잃었다"며 "통제되지 않은 이민으로 인해 스위스가 더 이상 스위스다운 나라가 아니게 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피히터는 "주택 부족, 극심한 교통체증, 과밀화된 학교, 부담이 커진 사회복지 서비스" 등 스위스가 직면한 문제들이 모두 이민 증가의 직접적인 결과라고 믿고 있다.
베른 시의회 소속 사회민주당 정치인인 헬린 게니스는 이러한 주장을 '희생양 만들기'에 불과하다고 일축한다.
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임대료를 결정하는 것은 이민자들이 아닙니다. 건강보험료를 올리는 것도 이민자들이 아닙니다. 주택과 인프라, 사회투자에 관한 정치적 결정을 내리는 것도 이민자들이 아닙니다."
그는 이어 "모든 문제를 이민이라는 렌즈로 바라보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라 분열을 낳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The key question is not how to exclude people... [it's] how we create enough affordable housing, ensure good working conditions, and invest in a strong public service.
아직 입장을 정하지 못한 유권자들에게는 인구 상한제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할지가 핵심 쟁점이다.
거주 인구에 절대적인 상한선을 두는 정책은 지금까지 어떤 국가도 시행한 적이 없다. 다만 중국은 현재는 폐지된 한 자녀 정책을 통해 인구 증가를 억제하려 한 바 있다.
스위스의 이번 제안은 2050년 이전까지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인구가 950만 명에 도달하면 정부가 대응 조치에 나서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조치에는 스위스가 수용하는 난민 수를 제한하거나 외국인 노동자와 가족이 재결합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를 폐지하는 방안 등이 포함될 수 있다.
만약 인구가 1000만 명에 도달할 경우, 스위스는 이동 자유를 보장하는 EU와의 조약을 포함해 현재 가입한 국제 협정을 종료해야 한다.
이러한 가능성에 스위스 경제연합회(Economiesuisse)는 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 단체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루돌프 민슈는 안건이 통과될 경우 스위스가 "유럽연합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는 EU가 오래전부터 비회원국들에 대해 단일시장의 혜택만 선택적으로 누리면서 인적 이동의 자유 같은 의무는 회피할 수 없다고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민슈는 "EU는 여전히 스위스의 가장 중요한 무역 상대국"이라며 "주요 교역 파트너와 안정적이고 명확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스위스 기업들도 노동력 부족과 유럽 내 숙련된 인재 풀에 접근하지 못하게 될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스위스 호텔 종사자의 절반은 이민자다. 병원과 요양시설 역시 외국인 노동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반면 스위스국민당은 이민으로 인해 병상과 학교 시설이 늘 부족한 상황이라며, 이민을 제한하면 이러한 부족 현상을 완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반대 진영은 현재 스위스 인구의 약 20%가 65세 이상 고령층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를 비현실적인 주장이라고 반박한다.
이들은 고령 인구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젊은 노동자와 젊은 납세자가 필수적이라며, 스위스가 충분한 젊은 인력을 자체적으로 생산해 낼 수 없다고 경고한다.
Anyone who loves Switzerland, with or without a migrant background, wants it to remain a place worth living in, safe and prosperous. That is exactly what this initiative is about
사회민주당 소속 존 풀트 의원은 인구 상한제에 대한 가장 큰 우려는 스위스가 "불안정하고 위험한 세계 속에 혼자 남게 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스위스는 유럽의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국방비 지출을 늘리고 있다. 또한 중립국임에도 불구하고 주변국들과의 국방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스위스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연료 가격 상승을 겪었다. 또한 자국 제품들이 미국의 징벌적 관세 부과 대상이 되면서 타격을 입었다.
풀트는 인구 상한제로 인해 스위스가 EU와 체결한 협정들이 위태로워질 수 있으며, 이로 인해 EU와의 신뢰와 우호적 관계마저 잃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러나 피히터는 이러한 주장이 공포감을 조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일축한다. 그는 "EU가 그러한 상황을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라며 스위스와의 협정을 유지하는 것은 "EU의 이익에도 전적으로 부합한다"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일부 유권자들에게는 국제적 고립에 대한 우려가 결정적인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
스위스 국민은 미국 정부가 자국 제품에 39% 관세를 부과했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관세를 15%로 낮추기 위한 협상이 진행 중이지만 아직 최종 타결되지는 않았다.
현재 인구 상한제 반대 진영이 내건 포스터에는 음흉한 표정을 짓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등장한다. 그 뒤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실루엣이 드리워져 있다.
포스터 문구는 이렇게 적혀있다. "이런 시기에 유럽과 결별하겠습니까?"
피히터는 인구 상한제의 목적이 스위스 사람들의 삶을 지키는 데 있다고 거듭 강조한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민 배경이 있든 없든 스위스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나라가 살기 좋고, 안전하며, 번영하는 곳으로 남기를 원합니다. 이번 제안은 바로 그 목표를 위한 것입니다."
그러나 게니스는 이 정책에서 긍정적인 면을 찾을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핵심 질문은 사람들을 어떻게 배제할 것인가가 아니다"라며 "합리적인 가격의 주택을 어떻게 공급할 것인지, 좋은 노동 환경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그리고 공공서비스 강화를 위해 어떻게 투자할 것인지가 중요하다"라고 했다.
"그래서 저는 이 제안이 스위스에 실익보다 해를 더 많이 가져올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