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햄, 차기 영국 총리 유력...노동당 의원 322명 지명

지난 9일 런던에서 열린 '2026년 실버 클레프 어워드'에서의 번햄 의원

사진 출처,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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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번햄이 차기 노동당 대표이자 총리가 되는 데 또 한 걸음 다가섰다. 노동당 하원의원 대다수가 키어 스타머 총리의 후임으로 그를 지명했기 때문이다.

후보 지명 절차가 시작된 지난 9일(현지시간) 이후 공식 출마를 선언한 후보는 번햄뿐이다. 그는 노동당 하원의원 403명 가운데 322명의 지명을 받았다.

이로써 단 1명을 더 모아 323명을 채우면 경쟁 후보의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해지게 된다. 일부 의원들은 이날(9일)에 지명에 참여하지 못했으나, 의회에 복귀하는 대로 번햄을 지지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예상대로 다른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다면, 번햄은 다음 주 노동당 대표로 공식 선출된 뒤, 오는 20일 총리직에 오를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불과 몇 주 전 메이커필드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번햄 전 그레이터맨체스터 시장은 이례적인 속도로 권력의 정점인 총리직에 오르게 된다.

번햄은 성명을 통해 자신을 당 대표로 지지해 준 동료 노동당 의원들에게 "깊은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당 전반의 이러한 지지는 "영국에 새로운 정치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는 공통된 믿음"이 반영된 결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번햄은 "제가 제시하는 돌파구는 웨스트민스터 밖으로 권력을 분산하고, 경제를 서민 중심으로 재편하며, 전국 모든 지역에서 양질의 성장을 이루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그는 이날 오후 영국개혁당의 나이젤 패라지 대표가 클랙턴 선거구의 의원직을 사퇴한 뒤 해당 지역구의 보궐선거에 다시 출마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노동당을 비롯한 다른 주요 정당들은 해당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주요 선거에 풍자 후보로 종종 출마하는 '카운트 빈페이스(깡통얼굴 백작)'는 출마를 선언했다.

런던 로열 앨버트 홀에서 열린 음악 시상식인 '실버 클레프 어워드'에서 맨체스터 출신 인디 밴드 '제임스'에 레전드상을 수여한 번햄은 "오늘 우리가 이 자리에서 기리는 전설적인 음악인들은 활동 기간 내내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것을 피하지 않았지만, 오늘 밤 저는 정치 이야기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다"고 말했다.

"다만 한 가지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카운트 빈페이스, 당신은 온 국민의 희망을 짊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를 실망시키지 마세요."

동영상 설명, 번햄 의원은 '깡통얼굴 백작'이 "이 나라의 희망"이라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앞서 번햄이 메이커필드 보궐선거에서 승리하고, 지난 5월 지방선거에서 노동당이 크게 패배하자, 스타머 총리는 당내 의원들로부터 번햄에 자리를 넘기고 물러서라는 요구에 직면했다.

번햄이 의원 선서를 한 바로 그날, 스타머 총리는 "내가 다음 총선을 이끌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인지"에 대한 답을 얻었다며 노동당 대표직에서 사임했다.

차기 당 대표 경선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오는 16일까지 노동당 의원 최소 81명의 지지를 확보해야 한다.

번햄은 의원 323명(수학적으로 그 누구도 81명 이상의 지지를 얻을 수 없는 기준)의 지지 확보와 더불어, 다음 주까지 당과 연결된 사회주의 단체와 노동조합 31곳 중 최소 3곳의 지명도 받아야 한다. 다만 이는 형식적인 절차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번햄은 여름 동안 당원 및 관련 노동조합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한 투표 절차 없이 바로 당 대표로 선출돼 다우닝가 총리 관저로 입성할 수 있게 된다.

이미 노동당 하원의원 수십 명이 SNS를 통해 번햄을 지지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번햄은 "세 번째에는 행운이 따르길 바란다"며 직접 글을 올리기도 했다. 실제로 그는 지난 2010년과 2015년 두 차례나 당 대표직에 도전했으나 실패한 바 있다.

새 노동당 대표 선출 일정
사진 설명, 새 노동당 대표 선출 일정

번햄의 무투표 당선 가능성은 지난 8일 저녁 출마를 시사했던 앨 카른스 전 군 담당 국무상이 출마를 포기하며 굳어졌다.

그러나 번햄이 별다른 경쟁 없이 당 대표직을 차지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노동당 내부에서는 번햄이 취임 이후 추진할 정책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번햄은 2017년에 웨스트민스터를 떠났기에 그 이후 당선된 노동당 의원들과의 접점이 비교적 적었다. 특히 이들은 현재 노동당 하원 의석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상황으로 볼 때, 번햄은 13일로 예정된 공식 의회 후보 토론회에 유일한 참가자로서 참석해, 동료 노동당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며 자신의 국정 구상을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최고위 관료인 안토니아 로메오 내각비서실장의 주도로, 번햄의 정책 구상과 향후 국정 운영을 논의하기 위한 정부 관료들과의 사전 협의도 진행 중이다.

한편 노동당 대표 경선 후보 등록이 공식적으로 시작된 9일, 스타머 총리는 번햄이 훌륭한 총리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나는 그를 오랫동안 알고 지냈다. 처음 의회에 들어왔을 때 그의 팀에서 직접 함께 일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더 투명하게'

번햄은 지난주 맨체스터에서의 연설에서 자신의 집권 청사진에 대해 일부 세부 사항을 공개한 바 있다. 여기에는 맨체스터에 총리실 산하 조직을 신설하겠다는 제안도 포함됐다.

해당 부서는 주택, 교통 등 여러 분야에서 지방 정부에 더 많은 권한을 분배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의 정책 공약 중 핵심은 영국 전역에서 수도와 에너지 부문에 대한 공공의 통제력을 강화하겠다는 공약이다. 다만 이것이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상태다.

아울러 번햄은 앞서 X에 게시한 영상을 통해 "올바르게 대처하지 못했다"며 가자지구 내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에 대한 노동당의 초기 대응에 대해 사과하고, 당 대표 취임 이후 개선하겠다고 설명했다.

또한 9일 '타임스' 기사에 따르면, 그는 스타머 총리의 국가안보보좌관이자 토니 블레어 전 총리의 측근이었던 조나단 파월을 계속 기용할 의사가 있음을 확인했다.

국방 분야에서는 구체적인 목표치를 제시하지 않았지만, 국방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이 분야의 비용 초과나 군수품 조달 지연 상황에 대해서는 "국민에게 더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덧붙였다.

스타머 총리는 총리로서 내린 마지막 결정 중 하나로, 향후 4년간 정부 내 다른 분야의 지출을 줄여 국방비를 150억 파운드(약 30조원)를 늘리는 계획을 발표했다. 다만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후임자에게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