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과 교황 레오 14세 간 갈등 쟁점 3가지는?

교황 레오 14세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출처, Reuters

사진 설명, 레오 14세가 이란 전쟁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을 처음으로 직접 언급하기 몇 달 전부터 바티칸과 백악관 간의 긴장이 고조돼 왔다
읽는 시간: 5 분

교황 레오 14세가 처음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이래 두 지도자가 이번 이란 전쟁을 두고 이례적인 공개 논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5월 미국인 최초로 교황으로 선출된 레오 14세(전 로버트 프리보스트 추기경)는 트럼프 행정부를 자주 공개적으로 비판했던 전임자 프란치스코 교황과 달리, 초기에는 상대적으로 절제된 대외적 태도를 보여 왔다.

그러나 바티칸과 백악관 사이의 긴장은 수개월 동안 고조돼 왔으며, 최근 공방을 계기로 그 갈등이 더욱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외교 정책

이번 갈등은 지난 12일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SNS 플랫폼 '트루스 소셜'에 교황을 비난하는 장문의 글을 올리며 고조되기 시작했다. 해당 게시물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교황은 "범죄에 나약"하며, "외교 정책에선 형편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나는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교황은 원하지 않는다"고 적었다.

또한 "나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격을 끔찍하게 여기는 교황도 원하지 않는다. 베네수엘라는 미국에 대량의 마약을 공급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감옥에 있어야 할 살인범, 마약상, 살인자 등을 미국에 보내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인공지능(AI) 생성물로 추정되는 이미지를 추가로 게시했다. 마치 예수 그리스도와 같은 모습을 한 그가 병상에 누운 한 남성을 "치유"하는 장면을 담고 있는 이 이미지에 대해 종교 지도자를 비롯한 논평가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해당 이미지는 현재 삭제된 상태다.

이번 설전에 앞서, 레오 14세는 이란이 핵과 호르무즈 해협 관련 사안에서 요구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미국은 "이란 문명을 지워버릴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를 강하게 규탄한 바 있다.

교황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위협이라며, 가톨릭 신도들에게 정치 지도자들이 "평화를 위해 일하도록" 압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그보다 며칠 전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레오 14세는 지난달 31일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전쟁을 끝내고 싶다고 말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가 출구를 찾고 있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교황은 다시 한번 지도자들에게 계속되는 유혈사태 종식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촉구하며, 전쟁을 부추기는 "전능에 대한 망상"을 규탄했다.

교황이 2025년 성탄절에 성 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서 군중들에게 손을 흔드는 모습

사진 출처, Reuters

사진 설명, 교황 레오 14세는 2025년 성탄절 미사에서 "비, 바람, 추위에 그대로 노출된 가자 지구의 천막촌"을 언급한 바 있다

레오 14세는 이란 문제뿐만 아니라 다른 국제 현안에서도 비슷한 입장을 보여왔다.

지난해에는 교황으로 선출된 지 불과 며칠 만에 가자지구 내 즉각적인 휴전, 인질 석방, 인도적 지원의 자유로운 접근 보장을 촉구했다.

지난해 5월, 교황은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집단적 처벌"과 강제 이주를 규탄하며, 가자지구의 상황이 "용납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전 세계 14억 가톨릭 신자들의 지도자인 그는 같은 해 12월 성탄절 미사에서도 "비, 바람, 추위에 노출된 가자지구의 텐트들"을 언급했다.

당시에는 가자지구 문제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공개적으로 충돌하지는 않았으나, 바티칸 외교 관계자들은 교황의 직설적인 도덕적, 법적 발언 방식에 대해 내부적으로 우려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발언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행동에 대한 비판으로 널리 해석됐다.

이어 올해 1월, 교황은 미군이 니콜라스 마두로 당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카라카스에서 체포해 뉴욕으로 이송, 재판에 넘긴 사건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교황은 "사랑하는 베네수엘라 국민의 안녕이 가장 우선해야 하며, 이를 통해 우리는 폭력을 극복하고 정의와 평화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발언했다.

또한 베네수엘라의 주권 존중, 헌법에 명시된 법치주의 수호, 인권과 시민권에 대한 온전한 존중도 촉구했다.

이민 문제

손 흔드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레오 14세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이민 정책을 여러 차례 비판해왔다

이민 문제 또한 두 지도자 간 주요 갈등 지점 중 하나다.

교황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이민 정책을 여러 차례 비난하며, 이를 연민과 존엄성에 대한 복음의 가르침에 기반한 도덕적 책임 문제로 규정해왔다.

지난해 11월, 레오 14세는 미국 내 외국인들이 "극도로 무례한 대우"를 받고 있다며, 대규모 이민자 추방을 비판하고 이민 단속으로 인해 퍼지는 공포와 불안을 경고한 미국 가톨릭 주교들의 성명에 동조했다.

당시 교황은 "모든 국가에는 누구를, 어떻게, 언제 입국시킬지 결정할 권리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우리는 사람을 인간답게 대하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0월 성 베드로 광장에서 그는 가톨릭 신자들에게 이민자들을 "냉담한 무관심이나 차별의 낙인"으로 대하지 말자고 촉구했다. 이후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이민 정책이 과연 가톨릭교회가 말하는 생명 존중 가르침과 양립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는데, 이러한 발언은 가톨릭 내 보수파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종교적 권력과 정치적 권력

지난 12일,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 문제를 넘어서, 레오 14세가 역할의 선을 넘고 있다고 비판하며 SNS에 다음과 같이 썼다. "나는 미국 대통령을 비난하는 교황을 원하지 않는다. 나는 압도적인 득표로 당선됐고, 그에 따라 맡게 된 일을 정확히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내가 백악관에 없었다면 그도 바티칸에 없었을 것"이라며 레오 14세가 미국인이기 때문에 교황으로 선출된 것이라고 해석될 수 있는 주장을 이어갔다.

이후 기자들이 해당 게시물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가 맡은 일을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그는 범죄를 좋아하는 듯하다"고 답했다.

이어 플로리다에서 워싱턴으로 복귀한 직후에는 "나는 교황 레오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 13일, 11일간의 아프리카 순방을 위해 전용기에 탑승한 교황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논쟁에는 선을 그었다. "나는 정치인이 아니며, 그와 논쟁을 벌이고 싶지 않다"는 설명이다.

"저는 계속 전쟁에 강력히 반대하며, 평화와 대화, 다자주의를 추구해 나가겠습니다."

아울러 레오 14세는 "트럼프 행정부가 두렵지" 않다며, 계속해서 복음의 메시지를 수호하고자 "큰" 목소리를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AP통신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대선에서 가톨릭 유권자의 55%의 지지를 얻었다. 미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가톨릭 신자는 미국 인구의 약 5분의 1을 차지하며, JD 밴스 부통령도 가톨릭 신자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트럼프 행정부는 보수적인 복음주의 개신교 지도자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번 이란 전쟁을 점점 더 종교적인 용어로 표현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생각은?

트럼프가 예수와 같은 모습으로 묘사돼 병자를 "치유"하는 장면이 담긴 AI 이미지

사진 출처, Social media

사진 설명, 트럼프는 자신을 예수 그리스도처럼 묘사한 AI 생성 이미지를 게시했다가 이후 비판이 이어지자 삭제했다

전문가들은 레오 14세의 어조 및 접근 방식 변화가 국제 무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외교 정책에 대해 일종의 균형추 역할을 하려는 교황의 의지를 보여준다고 분석한다.

이탈리아 출신의 바티칸 전문가인 마시모 파지올리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교황은 자신이 미국인이라는 이유로 교황청이 트럼프에 유화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상황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일랜드 소재 더블린 트리니티 칼리지의 교수이기도 한 파지올리 교수는 "교황은 언제나 신중하게 발언하는 인물"이라며 "이는 우연이나 사고 같은 일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교황의 측근으로 알려진 시카고 대교구의 블레이즈 쿠피치 추기경은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레오 14세는 세계 지도자들에게 전쟁을 피하라고 촉구해 온 역대 교황들의 오랜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쿠피치 대주교는 "달라진 점이라면 … 메시지를 전달하는 이의 목소리이다. 이제 미국인은 물론 전 세계 영어 사용자들은 자신들에게 보다 친숙한 언어와 표현으로 메시지를 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 가톨릭 평화 운동 단체인 '팍스 크리스티'의 대표 출신인 마리 데니스는 교황의 최근 발언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호소는 "끊임없는 폭력에 상처받은 마음을 반영한다"고 했다.

이어 "교황은 이 끊임없는 폭력에 지쳐, 용기 있는 지도력을 갈망하는 모든 이들에게 다가가고 있다"고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