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반 성수기 맞은 에베레스트, 거대한 빙하 덩어리에 등반로 가로막혀

캠프 1에 진입하기 전 쿰부 빙하 지역에서 훈련하는 등반가 5명

사진 출처, Purnima Shrestha

사진 설명, 푸르니마 슈레스타 같은 등반가들이 베이스캠프에서 고도 적응 훈련을 하는 모습. 등산로가 정비될 때까지는 정상 등반을 시도할 수 없는 상황이다
    • 기자, 아쇽 다할
    • 기자, BBC 네팔어 서비스
    • 기자, 사이먼 프레이저
    • 기자, 아시아 디지털 에디터
    • Reporting from, 런던
  • 읽는 시간: 3 분

히말라야의 등반 성수기가 막 시작된 가운데, 네팔 베이스캠프에서 에베레스트 산 정상으로 향하는 등반로가 거대하고 불안정한 빙하 덩어리로 인해 차단됐다.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로 향하는 길의 하단부에서 밧줄과 사다리 등을 설치해 등반로를 여는, 이른바 '아이스폴 닥터'들은 캠프 1에서 약 600m 아래 지점을 가로막은 높이 30m의 얼음 덩어리를 우회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문제의 세락(거대한 얼음덩어리)이 며칠 내 자연스럽게 녹기를 바라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에베레스트 등반의 최적기로 꼽히는 봄 시즌 준비 작업이 몇 주 지연되고 있으며, 올해도 정상에 오르기 위한 대기 행렬이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네팔 출신의 유명한 여성 산악인이자 사진작가인 푸르니마 슈레스타는 현재 에베레스트 6회 등정에 도전하며 고도 적응 훈련을 진행 중이다.

현재 베이스캠프에 머무는 슈레스타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보통 캠프1~캠프3 사이를 오가며 고도에 적응해나간다. 하지만 올해 등산로에 차질이 생기면서 정상 부근에 '교통 체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영상 설명, 에베레스트 등반로를 가로 막은 '거대한' 빙하 덩어리가 담긴 영상

아이스폴 닥터들이 소속된 '네팔 사가르마타 오염 통제 위원회(SPCC)'는 해발고도 8848.86m에 달하는 에베레스트에서 캠프 2까지의 밧줄 설치를 담당하는 기관으로, 올해 이들은 사전 준비 작업을 위해 3주 전 베이스캠프에 도착했다.

보통 4월 이맘때쯤이면 캠프 3까지 등반로가 확보되지만, 캠프 1에서 약 600m 아래 지점에 자리한 이 빙하 덩어리로 인해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

SPCC의 베이스캠프 코디네이터인 체링 텐징 셰르파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아직 인공적으로 빙하를 녹일 방법을 찾지 못했기에 자연적으로 녹아 무너질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베이스캠프부터 캠프 1·2·3·4를 거쳐 정상으로 향하는 등반 경로를 나타낸 구글 지도. 현재 캠프 1 바로 아래 지점부터 접근이 차단된 상태다
사진 설명, 베이스캠프부터 캠프 1·2·3·4를 거쳐 에베레스트 산 정상으로 향하는 등반 경로를 나타낸 지도. 현재 캠프 1 바로 아래 지점부터 접근이 차단된 상태다

수년간 아이스폴 닥터로 활동해온 앙 사르키 셰르파는 해당 세락의 아랫부분이 약해 저절로 녹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우리가 4월 10일에 도착해보니, 아래쪽이 녹고 있었다"는 그는 뒤따라온 다른 셰르파들 또한 더 녹아 곧 무너질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았다고 덧붙였다.

그를 비롯한 다른 전문가들은 이 세락을 안전하게 우회할 방법을 찾지 못한 상태로, 올해 안에 캠프 1로 향하는 대체 등산로를 개척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거대한 세락을 직접 오르는 방안 역시 너무 위험하다는 판단이다.

현재 베이스캠프에 머무는 앙 사르키 셰르파는 전화 인터뷰에서 "별다른 선택지가 없다. 4일간 그 지역을 돌아다니며 구석구석 살펴봤다"고 설명했다.

한편 네팔 관광부는 캠프 2까지 아이스폴 닥터들을 헬기로 실어 나르는 방안 등 여러 방법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크리슈나 라미차네 관광장관은 "당분간 캠프 2 이후 구간을 개척할 수 있도록 밧줄 설치 전문가들과 물자를 캠프 2까지 헬기로 수송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문제의 얼음 덩어리가 녹기를 기다렸다가, 안전이 확보되면 작업을 이어서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등반에 적합한 날씨는 5월 말까지만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셰르파들은 세락이 녹고, 수일 내 캠프 2까지의 밧줄 설치 작업을 마치고, 이후 일주일 안에 정상 등반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쿰부 빙하에서 연습하는 등반가들

사진 출처, Reuters

사진 설명, 빙하가 진입로를 막으면서 캠프 1은 아직 개방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슈레스타는 등반로가 조만간 다시 열리더라도 이번 시즌 등반 가능 기간이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2024년 5월 11일 에베레스트 정상에 처음 도전한 후, 해당 시즌에만 3차례 정상에 올랐다.

"등반로가 아예 열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아직 시간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등반 가능 기간이 짧아질 수 있습니다. 많은 등반가들이 충분한 여유를 갖고 시도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한편 이란 전쟁으로 인해 유류비가 상승하고 여행이 힘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많은 사람들이 에베레스트 등반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네팔 '원정대 운영자 협회'의 담바르 파라줄리 협회장은 "항공편 운항 감소로 인해 약간 줄어들긴 했지만, (전문 산악) 등반은 (일반) 트레킹만큼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네팔 관광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367명이 등반 허가를 받았으며, 이 가운데 상당수가 중국인이다. 등반 주최 측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 외국인에게는 자국 영토에서 출발하는 등반을 허가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등반가들이 상대적으로 더 쉬운 티베트 루트 대신 네팔을 통해 정상에 도전한다. 지난해 기준, 네팔 쪽 경로를 통해 정상에 오른 이들은 가이드를 포함해 700여 명에 달했으나, 중국 측 경로를 이용한 이들은 100여명에 그쳤다.

2019년 에베레스트 등반을 위해 길길게 늘어선 대기 행렬 사진이 SNS에서 화제가 된 이후, 네팔 당국은 허가 제도를 강화하고 비용도 대폭 인상했다.

이에 올해 봄철 시즌 기준, 외국인의 비용은 1만1000달러(약 1600만원)에서 1만 5000달러(약 2200만원)로 올랐으며, 네팔인의 경우 1000달러로 2배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