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빠져나오던 부모님 연락이 두절됐어요'... 애타는 가족들

동영상 설명, 영상: 티베트 순례 떠난 부모 실종…'무사히 돌아오기만을'
    • 기자, 나딘 사드
    • 기자, 레베카 피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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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과 티베트 접경 지역을 덮친 대규모 돌발 홍수와 산사태로 수백 명의 외국인이 가족과 연락이 끊긴 채 애타게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슈레야 아후자와 아슈나 아후자 자매도 부모의 소식을 기다리는 이들 중 하나다. 부모인 디팍 아후자와 마두 아후자는 단체 순례를 위해 미국 텍사스에서 카일라스산을 찾았다가 연락이 두절됐다.

자매는 BBC에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훨씬 더 오랜 시간이 흐른 것처럼 느껴진다"며 "부모님을 정말 사랑한다. 그저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시기만을 바란다"고 말했다. 자매 중 한 명은 홍수가 발생하기 직전 부모와 통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호주, 캐나다, 인도, 영국 출신 관광객을 포함해 현재까지 1,300명 이상이 실종됐다. 네팔 당국은 이번 홍수와 산사태로 380명 이상이 숨졌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는 27일(현지시간) 이번 홍수로 미국인 약 90명이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미국인 3명은 구조된 것으로 확인됐다.

아후자 자매는 미 국무부와 인도 뉴델리, 네팔, 중국 주재 미국 대사관에 연락했지만, 아직 부모의 행방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카일라스산 일대는 힌두교와 불교의 성지로, 매년 수만 명의 순례객이 찾는다.

미국 뉴욕에 거주하는 라메시 샤르마(65)와 닐람 샤르마(64) 부부도 재해가 발생했을 당시 카트만두 지역에서 카일라스산으로 향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모두 미국 시민권자로, 딸 라디카 샤르마 역시 부모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카메라를 바라보는 디팍 아후자와 마두 아후자 부부

사진 출처, Ahuja family

사진 설명, 디팍 아후자와 마두 아후자

이번 순례는 샤르마 부부가 지난해 은퇴한 뒤 처음으로 둘만 떠난 여행이었다.

딸 라디카 샤르마는 BBC에 "그저 부모님을 찾으려고 애쓰고 있지만 아무런 답도 얻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소 부모와 자주 연락하며 하루에도 여러 차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고 한다.

그는 "마지막으로 확인된 것은 부모님이 홍수가 발생하기 약 한 시간 전인 오전 8시 국경에 있었다는 것"이라며 "무사히 티베트 쪽으로 넘어갔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샤르마는 베이징과 카트만두 주재 미국 대사관에도 연락했지만 "아무도 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샤르마는 비슷한 상황에 놓인 다른 미국인들과도 연락망을 만들어 서로를 위로하고 관련 정보를 취합하고 있다.

이번 재해에 휩쓸린 이들 가운데 최소 77명은 비영리단체 이샤재단이 주관한 순례단 소속이다. 인도에 본부를 둔 이샤재단은 미국 테네시주 맥민빌에도 거점을 두고 있다.

재단의 지역사회 연락 담당자인 레슬리 크레스피는 BBC에 순례단이 국경 인근의 내진 설계 건물에서 출입국 관련 서류 작업을 하던 중 갑자기 물이 들이닥쳤다고 전했다.

크레스피는 목이 메인 채 "그들은 가족과도 같은 사람들이었다"고 말했다.

파란색 체크무늬 셔츠를 입은 중년 남성과 초록색 원피스를 입은 중년 여성이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 출처, Radhika Sharma

사진 설명, 뉴욕에 거주하는 미국인 라메시 샤르마(65)와 닐람 샤르마(64)는 홍수 발생 이후 실종된 상태다

홍수 이후 실종된 또 다른 미국인 프라바트 사지파 역시 이샤재단 순례단 77명 중 한 명이다.

사지파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한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일하고 있으며, 수년 전부터 이샤재단에서 활동해왔다고 독일에 거주하는 조카가 전했다.

조카 카비아 쿨라기 자야티르타는 BBC에 "너무나 끔찍한 상황"이라며 "삼촌이 어딘가에 무사히 있기를 바란다. 좋은 소식이 들려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네팔 주재 미국 대사관이 피해를 본 미국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현지 여행사 및 관계 당국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피해 미국인의 규모나 구체적인 상황은 공개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미 행정부가 네팔 정부에 지원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구호물자를 보내고 있으며 네팔 지도부와도 대화를 나눴다"며 "필요한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지원하겠다고 알렸다"고 말했다.

캐나다 외교부는 네팔과 티베트 지역에 있는 캐나다 시민권자와 영주권자 가운데 30명의 소재와 안전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캐나다 외교부는 27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현지 상황이 매우 어려운 만큼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는 과정에서 인원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해당 지역에 있는 자국민들에게 '해외 체류 캐나다인 등록' 시스템에 등록할 것을 촉구했다. 이는 다른 나라에서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캐나다 연방정부가 자국민에게 연락하고 지원할 수 있도록 마련된 무료 서비스다.

외교부는 이 시스템을 기준으로 현재 네팔에 820명, 중국 티베트자치구에 5명의 캐나다인이 체류 중인 것으로 등록돼 있다고 밝혔다.

네팔 경찰에 따르면 28개국 출신 관광객 500명 이상이 실종 상태이며, 이들 대부분은 외국인이다. 네팔 관광청은 실종자 현황을 국적별로 공개했다.

티베트를 관할하는 중국의 관영매체는 현지에서 3명이 숨지고 최소 558명이 실종됐다고 보도했다. 중국중앙TV(CCTV)는 실종자 가운데 260명이 외국인이라고 전했다. 다만 중국 측 집계가 네팔 당국이 발표한 수치와 중복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동영상 설명, 항공 촬영으로 본 네팔·티베트 접경 지역의 홍수 피해 모습

네팔에서는 처음에 지진이 얼음사태와 산사태를 촉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지진을 연구하는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추가 분석 결과, 관측된 지진파 에너지가 지진이 아니라 "산사태 자체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산사태나 눈사태는 여러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다. 강우나 얼음이 녹아 생긴 물이 지반 또는 빙하를 불안정하게 만들었을 가능성도 있다.

기후변화가 힌두쿠시 히말라야 지역의 빙하 융해를 가속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과학자들은 이번 재해에 기후변화가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설명했다.

갑작스럽게 불어난 물은 마을 전체를 휩쓸었다. 네팔 정부 관계자는 초기 추산을 인용해 홍수로 파손된 도로와 교량의 피해액이 150억네팔루피(약 1400억원)를 넘는다고 BBC 네팔어 서비스에 밝혔다.

람 찬드라 파우델 네팔 대통령은 정부와 정당, 사회단체, 군경을 비롯한 모든 기관과 국민에게 구조·구호 활동에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파우델 대통령은 "하류 지역에서는 모두가 경계를 늦추지 말고 필요한 공조와 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말했다.

추가 취재: 아나히타 사치데브, 가브리엘라 포머로이, 헬레나 험프리 & 마크 포인팅 기후·과학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