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라노사우루스의 팔은 왜 그렇게 짧을까?

    • 기자, 데이지 스티븐스
    • 기자, BBC 월드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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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라노사우루스를 비롯해 두 발 보행 공룡들이 왜 거대한 몸집에 비해 유난히 팔(앞발)은 짧았는지를 설명하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수각류, 즉 두 발로 걸었던 이 공룡들은 주로 육식성이었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박사과정 학생이자, 이번 연구의 주 저자인 로저 셰러에 따르면 일부 수각류는 엄청난 체구에도 불구하고 "팔 길이는 터무니없이 짧았다".

일례로 티라노사우루스는 몸길이가 약 12~13m에 달했지만, 앞 팔은 약 1m에 불과했다.

짝짓기 과정에 도움이 됐거나, 티라노사우루스가 땅에서 일어서는 데 도움이 됐다는 가설 등 짧은 팔을 설명하는 여러 이론이 존재한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와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이 공동으로 진행한 이번 연구에 따르면, 공룡들은 먹이 사냥에 더 이상 유용하지 않게 된 앞다리를 점차 짧게 만드는 대신, 더 크고 강력한 머리와 턱을 발달시켰을 가능성이 있다.

공동 저자인 케임브리지 대학의 엘리자베스 스틸 박사는 BBC '투데이' 와의 인터뷰에서 "티라노사우루스와 같은 거대한 육식 공룡들의 앞팔이 왜 그렇게 짧은지 다들 궁금해했다"고 했다.

이에 연구진은 수각류 공룡 82종을 조사해 티라노사우루스렉스종이 속한 티라노사우루스과를 포함한 5개 집단에서 앞다리가 짧아지는 경향을 확인했다.

또한 두개골의 크기와 뼈의 결합 방식 등을 토대로 각 공룡의 두개골이 얼마나 강한 힘을 낼 수 있었는지 측정하는 방법도 개발했다.

스틸 박사는 "두개골과 체구의 비율, 두개골과 체구 대비 앞 팔 길이 간 비율을 살펴보며 … 일정한 패턴이 있는지 살펴봤다"고 설명했다.

진화적 경쟁

그 결과 연구진은 짧아진 앞팔은 전체적인 체구 증가보다는 두개골 확대 및 강한 턱 힘 발달과 더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발견했다. 즉 앞 팔이 짧아진 현상은 그저 몸집이 커진 데 따른 부수적 진화가 아니었던 것이다.

실제로 마다가스카르에 살았던 최상위 포식자인 마준가사우루스와 같은 일부 공룡은 몸집은 비교적 크지 않았지만, 앞다리는 짧았다. 하지만 이들의 두개골은 강력한 힘을 자랑했다.

셰러는 "이러한 적응은 특히 거대한 먹이가 많은 지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며 이는 "사냥 기술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수각류는 긴 목과 긴 꼬리를 지닌 거대한 초식공룡인 용각류를 사냥했다.

연구진은 수각류의 두개골이 단단해진 이유가 이러한 초식공룡의 체구 증가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진화적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발톱 대신 턱 힘을 주요 사냥 수단으로 활용하게 됐다는 것이다.

"몸길이가 무려 30m에 달하는 용각류를 발톱으로 잡아당기고 붙잡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셰러는 "턱으로 공격하고 물고 있는 편이 더 효과적이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즉, 머리가 공격 수단으로서 팔을 대체하게 된 것입니다. '사용하지 않으면 잃어버린다'는 말처럼, 앞 팔은 점차 유용하지 않게 됐고, 그 결과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짧아지게 됐습니다."

한편 스틸 박사에 따르면 여전히 팔을 사용하는 공룡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공룡들의 두개골은 구조가 다르다. 더 길고, 조금 더 섬세한 형태"라는 설명이다.

한편 셰러는 이번 연구가 두개골의 강도와 앞 팔 길이 사이의 상관관계를 보여줄 뿐,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의 원인임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다만 두개골과 턱이 더 단단해진 이후 앞 팔이 짧아졌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진화의 관점에서 그 반대의 경우 즉, 포식자들이 공격 메커니즘을 포기하면서 다른 대안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가정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한편 연구진은 수각류 공룡 집단마다 앞 팔이 짧아진 방식도 달랐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어떤 집단은 손과 아래팔이 특히 짧았고, 팔 전체가 비교적 고르게 짧아진 집단도 있었다.

이는 서로 다른 집단들이 각기 다른 진화 경로를 거쳐 동일한 결과에 도달했음을 시사한다.

스틸 박사는 "두개골이 크면 앞다리가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는 기존의 추정을 이번 연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러한 분석 기법이 다른 동물들의 두개골 강도 측정에도 적용해 볼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오늘날까지 살아남은 수각류인 조류에 이 방법을 적용해본면 매우 흥미로울 것"이라고 마무리했다.